정하네 할머니 신나는 새싹 127
박정하 지음 / 씨드북(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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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의 이름은 정하였다. 1984년 여름날, 귀여운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깊은 심심함을 싫어하면서도 좋아해, 조용히 엉뚱한 일을 벌인단다. 그림책을 놀잇감 삼아 경계를 넘나들며 모험을 하기도 좋아하고. 이 책은 그녀가 배속 아기씨였을 때부터 함께 했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로 정하네 할머니’ . 엄마 아빠는 언니이름을 붙여 민정이 엄마아빠인데, 할머니는 정하네 할머니다. 할머니는 바로 그녀의 친구였다.

 

  빨간딱지, 파란그림딱지를 모으면 오십 원이 열 개 생긴다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이지? 하고 보았다가 청단, 홍단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림을 보며 아하! 화투였구나 깨달았다. 정하는 할머니와 화투놀이도 곧잘 했나보다. 엄마 몰래 할머니방 장롱 속 보물창고를 열어 밤마다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먹으며 하나씩 이가 썩었다고 했다. 그림엔 치토스, 쌀로별같은 과자와 각종 사탕, 초콜릿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단 간식이 잔뜩 들어있었다. 할머니가 노인정에 가는 날이면 정하는 할머니 얼굴을 도화지삼아 예쁜 그림을 그린다. 할머니와 함께 고물을 팔고 받은 뻥튀기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팝콘처럼 정겹다. 여름에 마당에서 물놀이하는 모습은 글씨도 파란색, 물줄기를 따라 둥그렇게 나열되어 있다. 정말 귀엽고 깜찍하다. 물놀이가 끝나면 할머니가 따다 준 봉숭아꽃과 잎으로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였다. 그 손으로 쌀로별을 집어먹으면 봉숭아꽃 맛이 났다. 맨 마지막 장에는 지금도 쌀로별을 먹으면 봉숭아꽃 냄새가 나요. 할머니 맛이 나요.”라고 소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뭉클하고 가슴 따뜻하다. 크레파스로 칠한 것 같은 투박한 그림엔 봉숭아꽃에 쌀로별이 꽃처럼 함께 붙어 피어있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참 예뻤다.

 

  지은이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했나보다. 난 어릴 적에 할머니가 항상 주무시기 전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각자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이 책을 통해 우리 할머니도 참 그리워졌다. 지금은 천국에 계실 우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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