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여 주고 싶어 이 놀라운 세상을
상드린 카오 지음, 이경혜 옮김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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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 놀라운 세상을

 

 이 책은 아동 그림책을 가장한 어른을 위한 책이다. 기다란 판형의 페이지마다 계절감 있게 눈에 띄는 한 가지 색감으로 인생을 표현한 듯 보였다. 일러스트 속 캐릭터는 매우 작고 귀여운 강아지 같은데 이 아이가 나무 아래 땅 속 깊은 곳에서 잠을 깨어 눈을 떴다. 만화 컷처럼 짤막한 문구와 그림이 칸 속에 나열되어 있었다. 계절의 빛깣처럼 우리 모습도 끊임없이 바뀐다는 것을 알아차린 주인공. 씨앗이라는 제목의 페이지에는 연둣빛 땅에서 생명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씨를 찾아내 심었지만 기다리는 내내 아무것도 안 돋아나 내심 실망하던 아이는 갑자기 땅 속에서 뭐가 솟아남을 발견했다. 신이 나서 물을 주니 두더지가 올라오고 말았다. 실망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다.

 

 해가 뜰 때는 주황색 일출이 파스텔 톤으로 짙게 드리워진다. 새벽 햇살은 우리의 잠을 깨우고, 들판에선 해가 떠오른다. 어제 날씨가 맑았든 흐렸든 반드시. 이 말이 무척 공감가고 위로되었다. 그러니 나도 다시 일어나야지. 주인공의 독백이 내 마음과 같다.

 

 열매의 맛은 각각 다 다르다. 미소마다 맛이 다 다르듯이. 문구 하나하나가 인생을 성찰하는 느낌이 들어 경이롭기도 하고 참 귀하게 여겨졌다. 무엇보다 따뜻한 말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게 칠해진 그림이 참 좋았다. 글과 그림을 그린 저자 상드린 카오는 책날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식물이라면 이렇게 말하겠죠.

우리를 받아 준 땅에게, 햇살을 비춰주는 태양에게, 비를 주는 물에게 고맙다고요.

바람이랑 꿀벌이랑 무당벌레한테도 고맙다고요.

그래서 나도 비슷하게 말해봐요. 나의 태양 니콜라와 나의 작은 비 요아킴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눈 모르간과 라에티나, 안니, 요셉,

그리고 엄마한테 고맙다고요.

, 발레리아의 초록빛 손에게도요.

 

그렇다면 나도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내게 코알라처럼 붙어있는 아이와 햇볕을 피해 그늘을 만들어주는 부모님과, 시원하게 목을 축일 수 있는 냉수같은 남편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하얀 눈을 맞으며 묵묵히 서있는 우리동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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