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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 처음이라서 서툰 보통 어른에게 건네는 마음 다독임
윤정은 지음, 오하이오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 것이라 누가 그랬던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저 그런 보통날’ 이야말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임을(p.9) 우리는 뒤늦게 깨닫는다. 어른이지만 아이 못지않게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필요한 것들은 서로를 마음으로 안아주는 일일 것이다. 처음이라서 서툰 보통 어른에게 건네는 필자의 마음 다독임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가슴 따뜻해지고 뭉클해진다.
에세이의 특성 상, 읽고 싶은, 눈에 띄는 제목부터 페이지에 손길이 간다. 우리는 모두 첫 어른이고, 어른의 맛은 달콤쌉싸름하며,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아닌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가 좋은. 나임을 이 책은 알려준다. 전방위적으로 힘이 드는 요즘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엊그제 수능이 끝난 터라 ‘힘내’ 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을 우리 수험생들은 힘내라는 말에 괜찮은 척 웃어 보여야 하는 고단함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p.162) 힘내라는 게 무조건 버티라는 말 같아서 듣기 힘들다. 차라리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스물아홉의 J의 마음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냥 내 말이 이해되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는 그 마음 자체를 같이 슬퍼해주면 좋겠다. 정답을 바라는 게 아니기에. 내 차가운 슬픔을 당신의 온기로 데워줄 수 있다면 그만이다.
‘어른의 형태’ 라는 제목도 읽어보았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일이, 결국 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P.207) 고열에 시달리던 아이가 열이 내리자 도넛을 사달라고 했단다. 아침부터 온통 머릿속을 지배하던 도넛을 사 들고 집에 들어가는 길. 손에 든 도넛 상자엔 세 개 밖에 안 들어있는 도넛이 왜 이렇게 무거울까 생각했단다. 어른의 무게가 함께 들어있나.(P.208) 나도 얼마 전 아이가 접종열로 열이 내리지 않아 노심초사했었다. 마음이 덜컹거리고 겁이 나는 밤을 여러 날 지새웠다. 열이 내리자 그제서야 집안에 웃음이 번진다. 아이로 인해 엄마 또한 성장하는가보다.
늘 서툴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여유롭게, 마음 편안하게, 흥미롭게 여기며. 모두 첫 어른으로 사느라 수고가 많다는 필자의 인사에 고개 끄덕여 미소 지어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