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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음유경찰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인생의 영원불멸의 주제는 단연코 사랑이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이별에 대해서 동전 양면과 같이 담담하게 때론 아련하고 눈물 나게 그리고 있는 이 시집을 읽어보았다. 첫 장을 넘기니 음유경찰관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 저자 이병헌님의 친필 사인이 쓰여 있었다. <당신으로부터 나에게로 바람이 붑니다.> 라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가을, 그에게 불어오는 나의 바람은 따뜻했을까?
시 하나하나가, 구절 곳곳에서 나도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었다. 마치 그가 나였던 것처럼. (내가 그였던 것이 맞는가?)
-달력을 넘긴 날
너를 보내고
죽고 싶은 사람처럼
묵묵히 아파하고
이미 죽은 사람처럼
묵묵히 울었다
(중략)
스스로의 변덕에 못마땅해 하고는
냉장고에서 배추김치를 꺼내어
미역국에 밥 말아 먹었다.
아! 처절하게 울고도 배가 고픈 건 이별과 상관없는 본능이라서.
밥을 찾는 내모습마저 역겨웠던 그때가 생각났다.
-너는 그랬다
속상했겠구나 말했다
미안하다 말했다
나를 위로했다
허나 바뀌지는 않았다
결국 이별을 치유하는 건 내 자신이었다. 그때 날 위로해줬던 누군가에겐 미안하지만.
바뀌지 않아서 더 오랫동안 아팠지만.
깊어진다, 눈물이 난다
바람에 시끌벅적한 나뭇잎 소리
너는 누가 보낸 바람일까?
나뭇잎에 물어보니
하나뿐인 사람이란다
깊어진다, 눈물이 난다
단풍이 울긋불긋 물든 오늘, 바람마저 스산하여 물든 잎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는데 필자가 물어본 바람도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보냈을까? 생각해봤다. 바람에 기대 안부를 전한걸까? 그렇다면 나도 인사를 해주고 싶다. 그도 저 노란 은행나무를 보며, 혹은 산행하며 만난 내장산의 붉은 조막손을 보며 떠올릴 수도 있겠지. 날...
시집을 원래 즐겨 읽는데 오늘 읽은 시집은 시인의 시행착오와 사랑을 찾아 헤매는 그 과정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입동이 오기 하루 전에 읽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