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은 피하는 게 아니다. 마주보는 것이다.’

이 책의 모토랄까? 아름다운 바이칼 호에는 푸른 늑대가 산다. 어릴 적(아마도 중학생이 될 즈음이었던 것 같다.) 많이 보았던 일러스트가 페이지 곳곳에 삽입되어 있어 추억에 잠겼다. 만화 같기도 하고, 컬러풀한 늑대의 모습들과 추운 배경이 보는 내내 책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난 어릴 때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았고 월간 순정만화잡지(나나, 댕기 등)에 나오는 일러스트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을 읽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내용은 심오하다. 앞서 말한대로 죽음을 피하지 않고 부딪쳐 살아가는 늑대 무리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

 

  날카로운 이빨도 눈밭을 빠지지 않고 달리는 강하고 빠른 발도 없다. 어둠 속에서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이나 소리를 듣는 능력도 없고 특히 냄새를 맡지 못한다. 인간의 약점이다. 하지만 늑대는 두려웠다. 늙은 푸른 늑대가 푸른 늑대에게 주의를 주었다. “두 가지 소리는 아무리 멀리서 들려도 달아나야 한다. 막대기가 내는 소리와 개가 짖는 소리다.”

 

  눈은 여전히 내리지 않고 마른 추위가 계속되었다. 고비가 길어지고 푸른 늑대는 은빛 늑대와 어린 푸른 늑대를 데리고 해가 지는 쪽으로 달렸다. 인간을 따돌리기 위해. 죽음은 그들이 멈추기를 기다리지만 푸른 늑대는 외친다. “쉬지 마라. 달리다 죽어야 늑대다.”

 

  두 번째 겨울이 다가오고 처음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늑대들은 돌아오라.”

넓은 설원 여기저기에서 응답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영화로 상상해보니 너무 짜릿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들의 당당한 기세와 용맹스러운 눈빛이라니. 울음소리가 호수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잠에서 깨어나 긴장하게 만들었다.

푸른 늑대는 모여든 늑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린 조직을 갖추고 사냥을 시작해야 한다. 두 번의 겨울이 지났고 다섯 번째 겨울이 오면 우린 다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푸른 늑대를 따르는 늑대 무리들이 흰 눈밭에 눈보라가 일어날 정도로 내달렸다. 두려움을 모르는 늑대들이 일으키는 두려움이 호수 너머까지 가득 찼다. 이 표현 또한 주옥같다. 다섯 번째 겨울에 다시 푸른 늑대를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