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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엉덩이가 필요해!
돈 맥밀런 지음, 로스 키네어드 그림, 장미란 옮김 / 제제의숲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이었나? 내 생애 첫 이를 빼는 날. 앞니 하나가 덜렁덜렁 흔들거리고 아빠가 손 하나만 까딱하면 금방 빠질 태세였다. 하지만 그마저 매우 무서웠던 난 흔들거리는 이를 두시간째 방치하고 저녁을 못 먹고 있었다. 아빠는 말했다. 지금부터 5분 내로 이를 빼지 않으면 그 이가 윗입술을 뚫고 솟아날 거라고.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나는 울면서 1~2분간 고민하다가 내 신체의 일부분(그때는 전부였던 것처럼)을 아빠의 손에 맡.겼.다! 이는 톡! 하고 빠졌고 나는 약간의 피를 쏟으며 그날의 기억을 지금까지 간직하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를 왜 이야기하느냐? 그만큼 어린 나이에 신체에 무지하고 궁금한 게 많고 그랬다. 이 책 <새 엉덩이가 필요해!>를 읽으니 엉덩이를 소재로 상상 이상의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져서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과 신체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특히 방귀랑 똥이라는 소재는 유아도서에 단골로 나오는 것 같다. 티비만화와 책으로도 나온 ‘엉덩이탐정’ 또한 복숭아 같은 발그레한 엉덩이모양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엉덩이는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신체부분이라 더 호기심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의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거울로 자신의 엉덩이가 쩍 갈라진 것을 발견한다. 분명 자전거를 타다 방귀를 뀌어서 엉덩이가 쩌저적 갈라졌다고 확신한 아이는 새 엉덩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짝이는 눈부신 엉덩이가 좋을까? 외계인 엉덩이는 어떨까?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한 엉덩이도 좋을 것 같다고 끊임없이 상상한다. 그림을 보니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기발한 엉덩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로봇 엉덩이도 참 웃겼다. (그런데 너무 비쌀 것 같은건 안 비밀!) 자신의 엉덩이가 갈라졌다는 아이의 이 슬픈 고민이 아빠의 질펀한 엉덩이를 보자마자 사라졌다. “아빠! 아빠 엉덩이도 갈라졌어요!” 그 외침에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와 기쁨과 신기함이 버무려져 있었는지. 내가 다 안심이 되었다.
엉덩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건 작가 덕분이다. 돈 맥밀런의 글과 로스 키네어드의 그림이 어우러져 충격 받은 아이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