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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파블로 - 세상의 한가운데서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3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9월
평점 :
일곱 명의 파블로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태어난 나라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을 것이다. 여기서 만난 일곱 명의 파블로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이었는데 주로 부유하거나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환경에 처한 아이들이었다. 첫 번째 소개된 파블로는 칠레에 사는 여덟 살 꼬마였는데, 그의 아빠는 구리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 거뭇거뭇한 얼굴로 집에 돌아와 곯아떨어진 아빠의 모습을 보며 파블로는 아빠의 가슴에 손을 대고 세상에 중심에 닿는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 파블로는 에콰도르에 사는 아이였는데, 엄마가 아마존 밀림에서 열매를 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출신 파블로는 군사정권의 압제를 피해 멕시코에 살고 있는데, 그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냉혹한 군인들과 무자비한 군홧발에 짓밟힌 집들이다. 네 번째 파블로는 가이아나에서 온 이민자 파블로였는데, 브롱크스의 단칸방에서 삼촌 부부와 12시간씩 번갈아가며 머물고 있었다. 그의 장래희망은 경찰. 시인이 왜냐고 물으니 경찰은 사람을 때려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답을 내놓았다. 다섯 번째 파블로는 페루에 살고 있었는데 리마의 시장이었던 대부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매일 우유 한 컵씩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파블로는 레오 데 자네이로 빈민가에 살며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다. 마지막 파블로는 멕시코 출신이지만 미국 국경지대에서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가고 있다. 엄마의 결혼반지를 부적처럼 목에 걸고. 벌써 두 번이나 붙잡혔지만.
그림은 목탄 같은 재료로 그려졌고 색깔은 최소화하여 어둡게 표현했다. 내용만큼 우울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주변에 있는 또 다른 파블로는 누구일까? 학교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소외받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물조차 깨끗하게 먹을 수 없어 피부병에 걸리기 다반사인 아프리카 태생의 아이들? 이 책에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권력의 나라들을 그렸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건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다. 그들 모두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가 있으니.
이 책을 보니 좀 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달까? 세상에 수많은 파블로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들을 위해 내가, 나라가 무엇을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