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놀이터
박성우 지음, 황로우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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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놀이터

 

  며칠 전 추석은 당일만 해가 반짝, 둥근 보름달을 보여줬지만 추석 전후로는 가을장마가 왔다. 온 세상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아침에 산보를 나가다가 거미줄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보았다. 마치 <소나기 놀이터>의 소나기 친구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여름 소나기는 놀이터 귀퉁이 거미줄을 출렁출렁 흔들면서 뛰어내렸다. 둥당둥당 기타를 치기도 하고, 디리리링 하프를 켜기도 하고, 두두둥 둥둥 드럼을 치기도 했다. 털북숭이 거미들은 소나기친구들과 함께 거미줄에서 트라이앵글을 쳤다. 뎅뎅뎅~

 

  이 책의 소나기 친구들은 마치 지방이(인형 캐릭터)랑 닮았는데 그보다 더 귀여웠다. 캐릭터마다 개성이 있어서 머리 위에 나뭇잎을 얹어놓은 친구도 있었고, 우유방울이 떨어질 때를 순간포착한 것처럼 멋진 왕관을 쓰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인상 깊었던 건 모래밭 놀이터에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방울이 모래바닥에 떨어질 때 모래알이 튕겨져나가는 걸 표현한 것이었다.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다.

 

  소나기 친구들이 잠자던 풀씨도 흔들어 깨우고 참나리 겨드랑이를 간질여 꽃을 피우는 장면도 참 예뻤다. 이파리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기도 하고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을 조그마한 물방울들이 좌르륵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미끄럼을 타는 모습도 형상화했는데 무척 귀여웠다. 비가 오면 땅의 새겨진 발자국이 싹 지워지는데, 여름 소나기 친구들은 모래밭에서 이리저리 뒹굴면서 아기 발자국도 지우고 언니, 오빠의 모래 그림도 신나게 지웠다.

 

  아기자기하고도 풍부한 상상력으로 글과 그림을 만들어낸 박성우님과 황로우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글밥이 적어 일러스트를 보며 시집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마냥 비오는 걸 귀찮아했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빗방울을 다시 세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그리고 여름소나기 친구들과 함께 데구루루, 대롱대롱 신나게 놀고 싶다. 소나기 놀이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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