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싫어하는 말 - 얼굴 안 붉히고 중국과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정숙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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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싫어하는 말

 

  한국뉴스를 중국어로 전달하는 일을 14년간 해온 저자는 터프한중국 언론 환경을 상대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그들의 정치, 사회 금기 이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리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참고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총 6개의 목차로 이루어진 <중국이 싫어하는 말>은 재미난 소제목으로 눈길을 잡았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억울하다>, <굿즈는 되고 하소연은 안 된다>, <종교 탄압 스캔들, 파룬궁> 등 들어보았으나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소재들로 나의 궁금증을 자극시켰다.

 

  한국사에서 꽤 의미심장하게 다루는 백두산정계비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18세기 조선 숙종 때 백두산에 세운 비석이다.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선이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차이로 논란이 되어 왔다. 갑자기 왜 백두산 이야기를 꺼냈냐면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인 김수현과 전지현이 중국 생수 브랜드 모델로 나섰다가 국내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생수병에는 창바이산으로 표기된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 전제된 우리생각은 백두산은 우리 것이다.’ 라는 것이다. 백두산 천지는 북한과 중국이 각각 55%,45%씩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다. 영토 경계상 백두산이 100%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일단 틀렸다. 백두산이 중국에선 창바이산이고 우리만의 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처럼 이것은 공동의 자연 유산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으로 봐야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했다. 배타적인 소유권을 주장하여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 시내에서도 차이나타운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다. 지하철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섬뜩한 사진과 함께 파룬궁 수련생 장기 적출 만행같은 문구가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파룬궁이 뭐기에? 이 책에 소개되어 있었다. 1992년에 창시된 기공 수련법이라고. 하지만 창시자에 대한 신격화 조짐이 보이고 미신적인 색채가 강해진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은 이 수련을 봉건 미신단체로 규정해버렸다. 게다가 수련자를 상대로 사상 개조를 하거나 고문, 강간 같은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수련자들이 늘어나자 중국 정부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8천만 명의 공산당원에 육박하는 7천만 명(추산)의 파룬궁 수련자는 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파룬궁의 주장처럼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는 게 또 하나의 이유다. 99년의 대규모 파룬궁 집회가 톈안먼 사태 10주년에 맞춰 이뤄진 것을 보면 정부 압박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사실을 알리는 사진과 문구를 보는 것은 너무 힘들고 무섭다. 누구 말이 옳은 건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11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가 이슈다. 지난 주말도 170만 명의 시민이 폭우 속에서 비폭력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 책 <2019,소년 홍콩> 이라는 제목에서도 이번 사건을 다뤘다. 범죄인 인도 조례법안때문이었다. 홍콩 범죄인이 중국 본토로 송환되어 중국 사법체계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조례를 홍콩 시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간섭이 결국 고도의 자치를 약속한 일국양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다원화된 환경에서 살아온 홍콩인들의 반발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들에게 국가 정체성을 묻는다면 과연. 본토인과 홍콩인이 각각 어떤 이야기를 할까?

 

  이 외에도 중국의 속사정을 알기에 충분한 소재들로 (이를테면 달라이라마, 중화 모욕 등) 이 책은 중국과 영리하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바로 옆 나라인 우리도 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얼굴 안 붉히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으로 중국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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