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님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일전에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와 <세로토닌하라>는 베스트셀러를 읽은 기억이 있어 이번 책도 거부감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현재 ‘병원 없는 마을’을 건립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계시다니 현역으로서 활동하시는 모습에 존경스러워졌습니다. 나이에 대한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활동, 평생 공부하고 도전하여 배운 삶의 지혜를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이분. 이분의 책을 함께 들여다볼까요?
제목부터 <어른답게 삽시다>라는 일침에 아이가 아닌 저도 해당되겠구나, 비단 나이 드신 분들만 읽을 책이 아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마음은 몸과 달리 세월을 비켜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마음을 잘 다스리면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고 저자께서 말씀하시는 ‘나 자신에 대한 예의’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숫자적으로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고 삶의 경험이 늘수록 나를 절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가 직접 보는 나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사님 본인도 여든 여섯. 이 나이까지 살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생이 이렇게 길 줄 알았다면 좀 더 계획을 새롭게 할 텐데 후회도 했답니다. 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현역으로 살아야 하기에 건강하고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일을 해내고 싶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뇌 과학 보고서에 의하면 인생의 높은 이상과 목표를 향해 가면 유전자는 그 목표나 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늙지도, 병들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유전학에서는 이를 자동유도장치라고 부른다네요. 인생은 짧다고 세뇌가 된 우리의 인식을 버리고 순간순간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은퇴도 하고 내가 할 일이 없어지면 덩그러니 높인 나만의 생과 대면을 해야 합니다. 이 때 느끼는 공허감과 쓸쓸함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박사님은 요즘 책을 쓸 때 사는 게 즐겁다고 느껴진답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게 즐거운데 말이죠. 한창 책을 쓰다보면 살아온 시간들 속에 깊어진 경험이 잘 숙성된 장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저도 좀 더 나이가 들면 이렇게 쓸쓸함을 지혜롭게 극복할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요?
늙음이 시작되는 곳은 전두엽입니다. 뇌속 특수부대의 ‘사령관’ 역할을 하는 기관인데 이곳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 하네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 호기심이 줄어들고 변화를 싫어합니다. 섬세한 신경회로로 이루어진 전두엽은 관리하기에 따라 빨리 시들어버리거나 또는 늦게까지 왕성하게 활동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좋은 방법은 많이 쓰는 것. 신선한 자극을 주고 낯선 문제에 부딪쳐 고민하고 노력하게 만들면 창조적으로 활동하여 성장호르몬이 주입됩니다. 신선한 자극엔 박사님처럼 지하철을 타고 가다 이름 모르는 낯선 역에 무작정 내린다든지, 타는 듯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얼마 전 퇴직을 하고 평소 공부하고 싶어하던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제가 학교다닐 때 공부하던 모습보다 2배, 아니 열배는 더 열심히 집중하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한 획을 차지했던 어른들의 어깨가 축 처진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깝습니다. 부디 저자의 말대로 젊은이들은 가질 수 없는 그만의 빛으로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만의 평생 차곡차곡 쌓은 경험과 연륜으로 말입니다. 인생은 깁니다. 부디 이시형박사님의 인생담론에 동참하여 하루하루를 활기차게 열어나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