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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람을 그만두면 인생이 편해진다 -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지키는 자기주장의 심리학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권은현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얘기했다.
<확신에 찬 거절은 ‘상대방을 기쁘게 하려고, 또는 최악의 경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내뱉는 승낙’ 보다 훨씬 낫다.>
이 책은 일종의 거절 사용설명서이다. 마치 애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준비된 코스요리처럼 거절의 기술에 관한 모든 내용이 다 들어있다. 내 시간과 돈, 심지어 노동력까지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남의 세계에 종속되어 지내온 예스맨같은 나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바꿔볼 기대가 생겼다. 왠지 거절을 하면 상대방이 이기적으로 볼 것만 같고 싸우기 싫어서 억지로 습관적으로 요구를 들어주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러한 나의 문제점을 여러 가지 전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이를테면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거절하기, 결코 거짓말로 거절하지 않기, 나의 한계를 설명하기 등등.
이 책은 총 4가지 목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엔 각 에피소드로 주의를 환기시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사례로 흥미를 이끌었다. 예스맨이라 불리던 사이먼 데이비드라는 샐러리맨의 사연, 8년차 교사로 일하고 있는 플리타 데이비 등등.
무례하지 않게 내 의견을 주장하는 방법은 공격적인 사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에는 상대의 말을 다 들을 뒤에 얘기하는 것이 전자라면, 상대의 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말을 끊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이 후자다. 이 둘의 차이를 잘 구별하여 거절하는 사람이 무조건 고집쟁이라거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버릴 것을 권한다.
나도 습관적으로 타인의 요구를 승낙하고 후회한 적이 많은데, 생각해보면 이런 원인은 학습훈련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예” 라고 말씀드리면, 칭찬받았던 기억이 “승낙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나 자신도 행복하다.” 라고 고착화 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모든 습관이 그렇듯 본능적으로 승낙하는 성향을 학습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얘기했다. 뇌의 회로를 다시 복원하면 말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바꿔 나간다면 뇌에 입력된 습관의 회로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과연 나의 만성적인 예스맨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마지막 목차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절하는 법>에서는 배우자의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워낙 각별한 사이라 거절하기가 마치 (이 책의 표현을 빌려) 까치발로 지뢰밭을 걷는 것과 비슷한데, 나의 신념에 따라 사적인 영역을 지켜나간다면 거절을 했어도 배우자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배우자의 부탁이나 제안을 거절 할 경우 그는 나의 부정적인 반응을 마음대로 해석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나의 결정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인가!)
거절하면서 사과하지 않기, 한계를 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등 동료, 상사, 고객 등 다양한 상대방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이 책으로 나를 바꿔보고 싶다. 날 침범했던 많은 것들로부터 거절하여 나를 지키는 것이다. 당당하게 거절하기!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