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독서 - 바람구두 인생 서평
전성원 지음 / 뜨란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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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와 서평의 모범이라 단언하고 싶다.
한 학기 동안의 좋은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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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ige et fac quad vis.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지금 내 카톡 프로필에 쓰여 있는 경구다.

책을 덮고 나서 뭔가 하나는 내 것으로 삼아야겠다 싶은 마음에 골랐다.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는 책들은 많이 있고, 그런 류의 책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어차피 읽어봐야 그 내용이 그 내용이니 말이다.

 

사무실 도서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우연히 집어 들고서는 다카다 아키노리의 [펼쳐 보기]를 해 보았다. 읽어볼 만하겠다 싶어서 사무실 내 자리에 두고 짬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드랬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가 선생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를 일부러 가르치려하지도 않고,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라틴어 경구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 자신도 실천하지 못 할 허울뿐인 말장난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모두 28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고, 아무때고 펼쳐서 한 꼭지씩 편안하게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한 번에 몰입해서 읽기에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위의 경구의 뜻은 이렇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매사에 시간도 없네, 돈도 없네 투덜거리는 내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살아있는 이 존재의 삶을 사랑하고,

내가 처한 조건하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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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좋은 구절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 혹은 어떤 표시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읽다 만 부분을 나중에 쉽게 찾기 위해 종이 한 쪽 모서리를 살짝 접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책에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다.


학창시절 수험서 외에는 책에 어떤 흔적도 없이 읽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 초창기에는 책 표지 다음 장에 구입날짜와 서명을 해놓기도 했었지만 언제부턴가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밑줄 긋는 남자라, 내가 도서관 사서라면 당장 그 남자는 도서관에 발도 못 붙이게 호통을 칠 것 같지만 어떤 책에 밑줄을 그었을까하는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책은 따끈따끈한 새 책이지만, 초판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1994년이고 원작은 그 해 전인 1993년도 작품이다. 저자는 당시 프랑스의 젊은 작가로 주목받았던 카롤린 봉그랑이다.

책의 서두에는 쇄를 더해가며 자신의 책을 계속 찍어내고 있는 한국에, 그리고 그 책을 읽어주는 한국의 독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2016년 가을에 파리에서 보내온 작가의 글도 실려있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에밀 아자르 즉 로맹가리를 끔찍이도 좋아하는 젊은 여성이 이미 고인이 된 그를 떠나보내고 다른 정붙일 만한 작가가 없을까 하고 동네 도서관을 찾아간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읽다가 발견되는 밑줄과 책 말미의 추천책의 메시지를 따라 이름모를 그를 동경 아니 사랑하며 찾아가는 책의 여정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스토리가 충분히 예상되는 흐름으로 이어지다가도 반전의 묘미도 있고 결말도 그런대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작품의 스토리 전개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그 많은 밑줄들이다. 이 소설에 어울리는 밑줄을 찾기 위해 그런 밑줄의 흐름을 품어낸 소설을 찾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었을까하는 점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앙드레 지드 그리고 국내에는 거의 소개가 안되어 있는 듯한 로제 니미에 등등 작품속의 작품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책을 읽을 때 앞으로는 나도 밑줄을 쫘악 그어가면서 문장을 음미해보아야 하나 싶지만 그냥 마음에만 담아두는 걸로 하겠다.


내가 마음으로 긋는 밑줄을 찾아낼 콩스탕스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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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묵직함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이 책을 읽고 싶어진 계기가 있었다.

작년 아니 이젠 재작년이군.

2016년 연초에 KBS에서 특집방송으로 당시 BBC에서 방영되고 있던 전쟁과 평화 6부작 드라마를 1~2주 시간차를 두고 방영을 하고 있었다.

주말 밤에 하는 지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방송을 보게 되었고, 아마도 내가 본 방송은 2부, 3부, 5부 였으리라 기억된다.

마지막 6부를 보지 못했지만 너무 인상적이었던지라 책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온라인서점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당시에는 동서문화사에서 출간된 책이 있었고, 민음사에서 번역작업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급한대로 동서문화사 책으로 읽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사람일이라는게 다들 그렇듯이 전쟁과 평화에 대한 관심도 미지근해져버렸다.

작년 연말, 문학동네에서 전쟁과 평화가 마지막 4권까지 드디어 완간되었다는 소식은 미지근했던 마음에 다시 불을 지폈고 바로 구입해서 19세기 러시아로 빠져버렸다.


세 귀족 가문(베주호프가, 볼콘스키가, 로스토프가)이 19세기 초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맞닥뜨리게 되는 러시아의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소설은 세 가문의 이야기와 전쟁의 상황을 저자가 논평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당시 나폴레옹 전쟁에 관한 사전지식이 풍부하다면 읽는데 즐거움이 더 배가될 수 있겠지만 나처럼 모르는 사람도 즐거움을 느끼기에 큰 지장은 없겠다싶다.

여러 가문들과 많은 이름들이 나오기에 1권 중반부까지는 계속 책 앞쪽에 간단하게 쓰여있는 등장인물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의 모습, 남녀 간의 애정문제들이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계속 주의를 기울이며 책에 빠져들게 된다.


세 가문의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굳이 꼭 주연을 꼽자면 남자주연은 피예르, 여자주연은 나타샤가 될 것이다. 세 가문도 세 가문이지만 저자가 쿠라긴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특별히 미워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악역 구실을 하는 쿠라긴 가문도 중요하게 나온다. 쿠라긴 가문이 없었다면 세 가문은 조금은 더 편안한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다른 악역 담당 가문이 등장했으려나...


BBC드라마에서 봤던 피예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지라 책을 읽으면서도 피예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에서는 엄청 덩치가 크고 뚱뚱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드라마에서는 귀엽고 통통한 이미지였던 것 같다.


당시 전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평가들은 오늘날 학계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겠지만, 저자는 1850~60년대 당시에 해석되는 내용들과 관점에 대해 논평하면서 자기 생각을 주장하고 그러한 이야기들이 전쟁의 현장 속에서 실제 인물과 가공의 인물들의 대화로 전개된다.

1812년 조국전쟁(러시아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까지 진격했다가 다시 파리로 패주하는 그 전쟁이다.)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전쟁사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나폴레옹이 러시아의 극심한 추위를 예상못했다더라 라는게 고작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관점의 중심축은 어느 한 인물의 의사결정에 의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역사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와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이 역사라고 강조하는 점이다.


소설의 말미에는 에필로그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전쟁 후 세 가문의 상황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1820년 연말의 분위기를 들려주고, 2부에서는 역사학에서 대해서 저자의 주장을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 미천한 깜냥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하다.


책을 덮고 나서 이 여운을 더 길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에 혹시 영화가 있는 지 검색해보니, 오드리 햅번이 나타샤로 열연한 1956년도 작품이 있었다. 런닝 타임이 3시간 28분짜리다. 집에서 보는 올레TV에서 무료로 시청가능하기에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청하였다. 원작을 읽지 않으면 영화 내용을 따라가기가 버겁겠다 싶었다. 중간중간 건너뛰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훼손하지 않은 채 많은 가지치기를 여기저기 했음에도 런닝 타임이 이렇게 길게 나온다는 것은 이 작품이 얼마나 방대한가를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으리라. 책의 내용을 고스란히 옮기려면 적어도 1시간짜리 10부작 드라마는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BBC드라마나 영화나 공통적으로 안드레이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피예르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영화에서의 피예르역을 연기한 헨리 폰다는 이미지 자체가 좀 동떨어진게 아닐까 느꼈다.


BBC드라마도 다시 한번 찾아서 봐야겠고,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들도 그리고 다른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도 읽어나가는 2018년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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