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파버 을유세계문학전집 113
막스 프리슈 지음, 정미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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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구적 인간, 기계적 인간을 가리켜 호모 파버라 한다. <호모 파버> 속 주인공 이름도 발터 파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체성 상실과 자기소외의 측면에서 막스 프리쉬의(동일작가) <슈틸러>가 생각났고,  본인보다 한참 어린 여성의 육체를 관찰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에서 <롤리타>가, 둘다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의 모티브를 담고 있는 것에서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났다.
 독일어권 최고의 작가이자 막스 프리쉬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이라지만 읽기 힘든 부분이 있었고 오히려 외부 세계로부터 강요받는 역할과 우상을 거부하고 본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내용의 <슈틸러> 속 주인공이 더 이해하기 쉬웠다.
과학적 사고를 중시하며 보이는 것만 보고 믿으며, 기록과 분석을 최고로 여기는 주인공과 그렇지 않은 다수의 등장인물들과의 대립구로를 보면서 결말은 당연히 새드엔딩이겠구나 생각했는데 '꼭 이렇게 까지 해야만 속이 시원했냐' 묻고싶을 정도로 인물들이 다 안쓰러웠다.
합리주의적 사고의 끝판왕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발터 파버. 빌터는 자연을 억압하고 지배하며 감정, 사랑, 예술을 하찮게 여기고 인정하지 않으며 오직 확률과 통계에만 관심있다. 하지만 본인의 죽음 앞에서 자신이 믿었던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거였는지 자각하며 허망해한다. 과학 기술의 수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인간이 운명, 즉 초자연적 섭리에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주인공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오이디푸스 비극은 참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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