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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평점 :
혹자는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면 그건 아마 세균전이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에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이 힘을 쓰지 못하는 걸 보며 과연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일이란 공포감이 몰려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질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는 불가 한 달 남짓이었다. 정보가 통제되는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질병이 시작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연 이 바이러스가 자연에 의해 변의 된 게 맞을까. 정말 우한의 우한시장 인근의 실험실에서 코로나 균이 유출된 것이라는 루머를 단순 루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망과 질문, 의아함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 2012년 메르스 사태의 원인이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슈퍼버그의 등장 속도는 전에 없이 더욱 빨라지고 있고 변이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더욱 암울한 것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현실이다.
'슈퍼버그'는 언론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를 지칭하며 만들어낸 단어인데 슈퍼버그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우리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 해결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인류의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슈퍼버그」는 박테리아와 항생제의 역사부터 첨단 과학의 시대인 21세기에도 왜 전염병을 해결하지 못하고 취약한 상태로 놓여 있는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의 눈물과 사투, 그리고 임상 실험자들의 힘겨운 질병과의 싸움을 생생하게 담아놓은 기록이자 실화다. 지난 5년 동안 600개가 넘는 1차 및 2차 자료와 공식 및 비공식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였기에 생동감이 넘쳐날 뿐만 아니라 심각성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기 전까지 항생제 개발이 정말 쉬운 일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타미플루'라는 약이 생각보다 일찍 상용화되었기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치료할 만한 특별한 치료법이나 약이 없다는 뉴스 기사를 들을 때마다 신약 개발이 정말 어렵구나 느낄 수 있었고 「슈퍼버그」를 통해 항생제 연구는 물론 임상실험 단계의 까다로움, 제약회사의 망설임, 슈퍼 버그의 항생제에 대한 빠른 내성과 돌연변이 등장으로 실제 시장에 나와 효력을 발휘하는 항생제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제약회사도 수익창출이 우선시 되는 기업이다 보니 수익성이 낮은 약에는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 신약 생산과 시판까지의 과정에서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데 내성이 발생하기 쉽고 변이로 인해 오래 상용화되기 어렵다면 투자 대비 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사람에게 쓰는 항생제를 가축에게도 무분별하게 처방하면서 박테리아의 변이와 내성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경외감과 동시에 안타까운 현실에 답답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