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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 오늘을 견디는 법과 파도를 넘는 법,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김승주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평점 :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대 자연의 힘이다. 넓은 대양 한가운데 오롯이 혼자 남겨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고 두려워진다. 전화나 인터넷도 안 되고 세상과 단절된 채 망망대해를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위급 시 외부의 도움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연재해를 맞닥뜨릴 수 있고, 운이 나쁘면 해적을 마주칠 수도 있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 속에 놓인다는 건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의 저자는 항해사로 일하면서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존재를 발견하곤 한다. 동시에 대자연은 인간을 엄청난 힘으로 굴복시키기는 하지만 의지가 있다면 그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위치가 사람을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책임자가 되어야 하는 위치에 있을 때, 남들이 쉽게 겪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할 때 우리는 한층 성숙해지고 깊어진다. 이 에세이에는 저자의 대학시절, 3등 항해사 시절의 이야기도 있는데 점차 성장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는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치열한 입시 전쟁에서 꿈을 따르는 건 사치가 되어버린 요즘, 저자 또한 성적에 맞춰 들어오게 된 학교의 학과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 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 이 자리까지 왔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혹시 이 책을 읽고 누군가 '여기서 이랬잖아요.'라고 이야기한다면 어쩌면 내 대답은 '아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일 수도 있다. 20대는 격렬한 변화의 시기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화학작용을 하며 변화하고 싶다." (P.291)
관건은 얼마나 경험을 하고, 어떤 세상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냐 인 것이다. 지금 상황이 너무 우울해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그러함에도 그 안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음과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어쩌면 인생의 쓴맛을 처음 맛보는 시기인 20대 초반,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게 남는 거란 생각으로 열심히 부딪혀봤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가 세상이 우물 안 개구리일 수도 있음을 의심하며 더 큰 세상에 대해 목말라하길 바란다. 스물일곱 살, 2등 항해사의 진솔하고 담백한 에세이가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