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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손미나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아나운서였다가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이었다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편집인이었다가 여행작가이기도 하고 소설가이기도 한 손미나 님의 신간 에세이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와 열정이 한없이 넘쳐 흐르는 한 여성의 삶을 보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미나 님을 보면 항상 같이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의 저자인 김수영님이다. 두 분 다 오픈마인드에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일궈 나가고, 지금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도태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길 좋아하며 늘 배움에 매진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이고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와 자극을 준다. 너무 대단한 커리어에 엄청난 도전정신으로 중무장한 '여전사'같다.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되고 멘토가 된 이 두 여전사의 말이 설득력이 있는 건 이들이 타고난 탤런트나 주어진 조건들 때문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게 아니라 스스로 몸을 던져가며 난관에 부딪혀가며 일궈낸 성과에서 오는 감격과 희망 때문일 것이다.
다시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손미나 심은 곳에 손미나 난다'는 것이다. 한창 에릭남의 뛰어난 성품과 매너를 보고 친구들끼리 호들갑떨며 에릭남 심은 곳에 에릭남 남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이래서 가정 교육이 중요하고, 결혼할 때 부모님을 봐야 하는 거라며..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손미나 심은 곳에 손미나 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미나 부모님 심은 곳에 손미나 난다'다.
손미나 님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부분부분 나오는데 지혜로우신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만약 부모님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서로 충돌하는 일이 있을 땐 나도 이런 식으로 해 봐야겠다는 공부도 됐다. 저자의 당당함과 여유로움, 밝은 에너지의 원천은 다름 아닌 신뢰가 기반이 된 화목한 가정에 있는 것이다.
아직도 내겐 '손미나'하면 아나운서다. 아주 어릴 적 가족오락관 언니, 도전 골든벨에 나오는 언니로 꽤나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다 갑자기 아나운서를 그만 두고 스페인에 간다는 걸 들었을 때 그 어린 나이에도 충격이 컸다. "뭐???? 아나운서를 그만 둔다고? 그 좋은 직업을??"이라며 기성세대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생각을 했었다. 한술 더 떠 "이 언니 어떡해.. 나중에 그만 둔 거 후회하는 거 아니야? 왜 그런 결정을 한거야 정말.. ㅠㅠㅠ" 이랬던 것 같기도..
그런데 웬걸,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어쩌면 나의 이 고리타분한 생각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막고 있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면서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처 지나간다. 아.. 갑자기 조급해진다..
이제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고, 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실행에 옮길 때가 된 것 같다.
취미로 하고 있던 활동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접목해보고, 그 동안 심적, 육체적으로 두려워 미뤄왔던 것 들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볼 예정이다. 20대 중반의 나처럼. 따지고 보면 30대가 됐다고 해서, 결혼을 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앞으로의 길고 긴 인생을 직장에서, 집에서 평범하게 지낸다면 아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지금 뭔가를 실천하지 않으면 매일 신세한탄만 하는 아줌마가 되어 있겠지? 애들한테 화풀이하고 대리만족하는 그런 사람은 절대 되지 말아야지.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개척해가며 온 몸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그런 본보기가 되고 싶다.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그래, 내가 가는 길이 꽃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