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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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에 누워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면서 신명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를 읽고 있으면 맥주가 생각나고, 일기가 쓰고 싶어지고, 그리고 막 웃음이 난다. 너무 재미있다. 작가는 과연 결혼을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눈이 정말 높다고 생각했고 작가의 부모님은 정말 딱 그 나이의 한국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어릴 적, 생각해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요즘에 그렇게 살라고 하면 아마 이혼이 더 빠를 수도..

예전엔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것 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색하고 또 때론 생각하기 싫은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고, 일인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을 그 때 그 시절의 사람들은 아마 쉽게 이해할 수 없을거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노처녀가 된 딸과 부모님의 대화내용을 통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대간의 갈등과 독신의 외로움, 불안 등을 아주 재미있게 녹여내고 있다. 진짜 한참을 낄낄거리며 '아, 이 작가 왜 나 이제 알았냐.' 후회가 될 정도였다. '미국엔 캐리브래드 쇼가 있다면 한국엔 이주윤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무인양품 패딩을 즐겨입고 악성 곱슬로 고생하긴 하지만..)섹스 앤 더 시티의 앞 단어만 빼면 저자는 캐리브래드쇼와 공통점이 참 많다. 십 대 시절 미드 섹스앤더시티를 보며 독신 라이프의 자유분방함과 쿨함을 동경해왔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한국에 살고 있는 노쳐녀라면 캐리브래드쇼는 무슨. 집안 어른들의 타박과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집 밖에 나가는 걸 극혐하고 명절 전 주 부터 짜증 히스테리를 부리는 저자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멋들어지게 글로 옮기는 한국의 이주윤 작가는 내 눈엔 영락없이 멋있는 캐리브래드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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