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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평점 :
오래 전 봤던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가 생각난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말하지 않고, 진짜 부자인 사람은 돈얘기를 하지 않는다.'라는.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행복할 때 행복을 말하기 보다 불행할 때 행복을 더 많이 떠올리고 갈망하게 된다. 나에게 없는 거니까. 계속 추구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 「행복하게 해줄게」는 제목에서부터 불행한 이야기임을 짐작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 소설은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 들고 새벽에 집으로 들어가던 젊은 화물차 기사가 뺑소니로 사망한,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 하지만 정말 다행인 건 크림빵 뺑소니 사건과는 달리 소설 속 가장은 죽지 않는다. 그래서 이 가족에겐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이 있다. 현실이 너무 비극적이고 참담해서 작가가 소설은 덜 비극적으로 써내려간 것 같다. 만약 소설 속 주인공이 두 번의 뺑소니 사고를 겪고 죽게 됐다면 차마 안타까워 이 책을 마저 끝까지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약자에겐 한 없이 강하고 강자에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약한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이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 잔혹해서 그래도 소설 속 주인공은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