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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3
소재원 지음 / 프롤로그 / 2025년 4월
평점 :
소설 <20241203>, 민주주의를 위해 맞선 그 밤을 돌아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및 내란죄 사건은 현대 한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건은 아직 진행형인 역사이며,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통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내란죄 관련 첫 형사재판 진행중이다. 그런 만큼, 끝나지 않은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가의 선택은 대단한 용기와 부담을 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재원 작가의 소설 <20241203>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완벽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완벽한 픽션"이라고 소개하며, 시간을 초월해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서사로 풀어냈다.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던 공포와 무거움을 독자는 작가의 묘사를 통해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실제 당시의 상황에서 느껴졌던 당혹감과 두려움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쉽게 공감되며 몰입을 유도한다.
작품의 강점은 사건의 직접적 서사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개인적, 사회적 공포와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기록한 데 있다. 작가는 비상계엄 아래 정체성과 민주주의를 지키려 노력한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며, 그들이 진압군과 군 병력 앞에서 보여준 용기와 연대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정의와 희망이 어떻게 피어날 수 있는지를 목격한다.
작품 속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모인 시민들이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추운 겨울밤, 이들의 결집은 단순한 군중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작가는 작품의 주요 순간을 통해 정의가 승리하는 경험을 처음으로 맞닥뜨렸다는 진솔한 고백을 남긴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히 정치적 사건을 넘어선 감정적 승리를 함께 체감하게 된다.
물론 이 작품은 단순히 희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글 곳곳에는 비상계엄이라는 부조리한 체제가 가진 폭력성과 무게감, 시민들 내면에 자리 잡은 두려움 그리고 그 극복 과정이 생생히 묘사된다. 따라서 독자는 이 작품을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다룬 소설로 읽기보다는, 민주주의와 정의의 의미를 다시 고민하게 하는 기록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서사적 가치를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로 작용한다.
한편, 작품의 문체는 매우 강렬하지만 때로는 감정적으로 흐르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은 독자들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작가가 사건의 비참함과 시민들의 용기를 강조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균형감 있는 서술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감정적 서술은 당시 상황의 긴박함과 생생함을 전달하는 데 있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소재원 작가의 <20241203>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기억을 문학으로 기록한 값진 소설이다. 끝나지 않은 사건을 다루며 독자로 하여금 현대사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건의 진상이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 작품은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킬 중요한 문학적 기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게 이 책이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적 투쟁의 의미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