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으로 변질된 사이비 교단의 파훼가 목표인 특수부대의 리더, 남주 그리고 그 사이비 교단이 내세우는 신, 여주. 게다가 남주의 여동생이 사이비 교단에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면 남주와 여주는 천년의 원수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아닌 게 아니라 신해건이 위나에게 가하는 폭언과 폭력이 너무 끔찍해서 과연 저 둘 사이에 천년의 사랑이 성립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네요.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한 한 편으로 좀 심란하네요. 개인적으로 위나의 존재가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거든요.신으로 추앙받았지만 사실 위나는 희생양이었죠. 더욱이 추악한 인간들이 반인륜적, 비도덕적 욕망을 가책 없이 추구할 핑계, 특히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이용되었구요. 이 부조리가 절대 극적인 과장이 아니라 현실의 정직한 반영이라는 진실이 너무 아프고 씁쓸하네요.
자본주의 초기 산업화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살인사건의 미스터리와 함께 전개되는 이야기인데요. 어떤 점에서는 판타지 세계관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주네요. 로맨스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정쟁과 비즈니스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다시 한 번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게 되네요.환생 클리셰가 여주 캐릭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뜰하게 이용된 점도 정말 좋았어요. 후기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정치를 경험한 여주가 환생한 근대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위화감, 곤란함 그리고 은근한 분노 등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캐릭터가 아주 생생하고 입체감 있게 느껴지네요.남주 캐릭터는 처음엔 반감이 크게 들었는데요. 하지만 그 시대, 사회의 관습에서 벗어난 여주를 백안시하지 않고 그 자체로 마주보면서 이해하려고 한 유일한 존재가 바로 남주였죠. 사회 계층의 최정점에 위치하는 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요. 진짜 이런 성숙한 캐릭터 너무 좋네요!!!ㅠㅜ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