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전작 <대호>를 재미있게 봤던 독자로서 이 작품 <무제>의 첫인상은 <대호>와 너무나 유사하게 느껴졌네요. 그래서 잠깐 작가님이 무한 자기복제 루프에 들어가셨나 의심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아주아주 잠깐이었어요!!! 작품에 집중할수록 이 미욱한 독자는 의심을 걷어낼 수밖에 없었네요. 결과적으로 남주의 직업(?)이나 여주와 남주가 처음으로 마주본 장소, 남주의 집요한 집착 등등만 비슷할 뿐이었거든요. 오히려 플롯을 이끄는 중요한 설정이 <대호>와 대척점을 이루는 듯 정반대인 까닭에 <무제>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네요. <대호>는 어두운 한 편으로 통쾌하고 확실했거든요. 하지만 <무제>의 분위기는 어둡기는 하지만 더 독하고 음험하며 모호합니다. 뭔가 꾸미는 듯한 남주가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오싹함을 주기도 하구요. 남주가 업보를 너무나 독하게 쌓은 탓에 양가감정에 시달리던 여주는 어느 순간부터 제 감정을 정확하게 직시하기를 포기하죠. 그리고는 사랑과 증오 사이 모든 감정을 뭉뚱그린 모호한 지점에서 만사에 흐린 눈을 한 채 남주 곁에 남아 있는 거에요. 행복 아닌 행복ㅠㅜㅜㅜ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소름끼치는 변주를 생각해내셨는지… 완전 감동이었<읍>니다ㅠㅜㅜㅜㅜ
무엇보다 맑고 씩씩한 여주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네요. 선하고 밝은 가정에서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여주는 제 사랑을 나누는 데 절대 인색하지 않죠. 누구는 오지랍이라고 할 정도로요. 낯선 이에게 보내는 짧은 문자에도 따스한 배려를 넘치도록 담아내는 여주. 이런 여주에게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남주가 끌린 건 당연한 일이었죠. 애정과 진심에 굶주려 냉랭하게 경직된 남주가 여주의 문자에 담긴 마음을 지나치지 못하고 점점 빠져드는 과정이 설득력 만땅으로 펼쳐지네요. 그런데 남주가 미혼부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는데요. 개인적으로 봄볕같은 몽글몽글한 분위기에 거부감이 사르르 녹아버렸네요.외전의 옛날 인연 이야기도 넘나 잼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