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참 신기한 작품이에요.이야기가 엄벙덤벙 허술하게 넘어가는데 유치하지도 않고 억지스럽지도 않네요. 그로신이라는 레퍼런스에서 뽑아내는 톡톡 튀는 기발한 재미를 부정할 수가 없네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로신 캐릭터들과의 이질감이 두드러져서 이야기가 붕 뜬 것처럼 느껴지네요. 이럴 거면 굳이 그로신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예요. 완결인 다음 권에서는 이 이질감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작가님의 필력을 기대해 봅니다.
테러조직으로 변질된 사이비 교단의 파훼가 목표인 특수부대의 리더, 남주 그리고 그 사이비 교단이 내세우는 신, 여주. 게다가 남주의 여동생이 사이비 교단에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면 남주와 여주는 천년의 원수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아닌 게 아니라 신해건이 위나에게 가하는 폭언과 폭력이 너무 끔찍해서 과연 저 둘 사이에 천년의 사랑이 성립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네요.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한 한 편으로 좀 심란하네요. 개인적으로 위나의 존재가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거든요.신으로 추앙받았지만 사실 위나는 희생양이었죠. 더욱이 추악한 인간들이 반인륜적, 비도덕적 욕망을 가책 없이 추구할 핑계, 특히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이용되었구요. 이 부조리가 절대 극적인 과장이 아니라 현실의 정직한 반영이라는 진실이 너무 아프고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