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감이 엄청난 작품입니다. 역시 김빠님!!! 감탄만 나올 뿐이에요ㅠㅜㅠㅜㅠㅜㅠ이 귀챠니즘 독자를 끝까지 단숨에 달리게 한 힘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능숙한 운용에 있는 듯 합니다.공작이면서 왕가의 방계 혈통인 남주는 오만함을 타고 났습니다. '수학이든 뭐든 어떤 분야에서 내가 최고가 되지 못하는 건 나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못한다, 그 분야의 최고들을 내가 지배하면 되는 것 아닌가'가 남주의 인생관이죠. 물론 남주는 그저 태생만으로 오만하게 구는 얼치기가 아닙니다.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치밀하고 집요하게 그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이뤄내고 마는 능력남이죠. 이런 남주에게 인간적인 감정이란 프로파간다를 위해 필요할 때 끄집어내는 정치적인 도구일 뿐이며, 세속적인 욕망은 시시할뿐입니다. 한없이 오만하게 세상에 군림하고자 하는 남주에게 욕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대상은 그에게 주어지지 않은 왕위뿐이었는데요. 어느 날 한 여자가 그의 감정을, 욕망을 완전히 뒤흔들어버립니다.뭐 그럴 수밖에 없었죠. 우리의 여주는 너무나 사랑스럽거든요. 귀여워서? 밝아서? 올곧아서? 아뇨. 여주의 사랑스러운 캐릭은 보다 복합적입니다. 어릴 적 병 때문에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갖게 된 여주는 지방 한미한 자작가의 장녀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안 살림을 이끌며 대외적으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힘씁니다. 행동은 조용하며 태도는 우아하고 상냥해서 장애를 가진 가련하고 섬약하며 고결한 성품의 영애인 듯 보이지만… 사실 여주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로 자신의 원칙에서 벗어난 일에는 잔인할 정도로 단호합니다. 그러니 자신을 기만한 남주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복수를 했던 거죠. 엄청난 성깔의 소유자입니다. 장애 때문에 실내에서만 주로 지내야 했지만 조용히 자수만 놓지 않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게임을 통달해버렸죠. 승부욕 쩝니다. 장애 때문에 연애, 결혼 같은 것들은 일찍이 포기했지만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선 한 눈에 반해버리는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죠. 이런 여주에게 어느 날 화려한 외모와 카리스마로 무장한 남자가 나타나 무람한 언동으로 마음을 흔듭니다.끝간데 없이 오만한 남주와 원칙주의자이면서 동시에 몽상가인 여주의 사랑은 당연히 순탄하지 못하겠죠. 그래서 완전 잼있습니다. 여기에 사건들도 끊임없이 터지고 여타 등장인물들도 입체적으로 움직이면서 흥미를 더해주지요. 개인적으로 섭남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적재적소에 등장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것이며 애틋한 마무리까지 완벽했습니다.또 좋았던 점은, 아니 신기했던 점은 19금스러운 노골적인 묘사가 전혀 없다시피했는데도 두 주인공의 성적 긴장감이 숨막힐 정도였다는 것이에요. 19금 맛집이신 김빠님이 왜때문에 전연령? 따위의 우문을 반성하며 그저 작가님의 필력에 무릎 꿇을 뿐입니다ㅠㅜㅜㅜ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