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리셋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필수 무기,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심효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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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전문가가 들려주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인재와 조직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닌 자기성장서다!


코로나19로 세상이 한순간에 뒤집혀 버렸다. 생각지 못한 팬데믹은 사회 모습을 급격히 변화시켰고, 급변한 사회에 따라 기업 상황도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HR 전문가 심효연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조직과 개인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변화'를 강조한다. 기존에 이미 진행되고 있던 변화가 코로나19라는 상황을 만나며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현 상황이 '넥스트 노멀'임을 시사한다. 넥스트 노멀이란 코로나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자리잡게 될 새로운 경제, 사회적 변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본문 p17)

또한 저자는 IT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짚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이 하락세를 겪는 도중, IT업계의 기업은 오히려 더욱 성장했다는 것이다. IT기술의 영역은 더욱 확산될 것이며, 개인은 IT산업에 걸맞는 인재가 되어야 하고 조직은 그에 맞는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하나의 직무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은 더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100세 시대에 직장은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일 뿐이고, 1인당 평균 3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는 시대이다. 더군다나 IT업계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곳이다. 이런 환경에 걸맞는 인재가 갖춰야 할 것은 '하나의 직무를 오래 경험한 장인정신'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따라갈 수 있는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변화해야 할 것은 조직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직적이고 보고 절차가 복잡한 조직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다. 직급과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직원들이 회의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정보를 충분히 공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직원을 직무에 맞게 교육시키기보다는 처음부터 직무적합성이 높은 직원을 선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필수적인 교육만 거친 후 직원이 스스로 직무를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변화'였다. 변화가 생각보다 더욱 빨라졌고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일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 다음으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현 상황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나? 지금까지의 나는 어땠는가? 나는 지금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가?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직 명확히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는 말해 주지만 그것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는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나 딱 적시에 만나게 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덮어놓고 희망만을 읊조리기보다는 현 상황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리셋 버튼이 눌린 시대, 나는 무엇을 갖춰야 할지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관계에 대한 직관을 높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사고가 자기 객관화다. 자기 객관화는 1, 2인칭을 넘어 3인칭으로 확장된 높은 의식의 수준이며 고등한 사고방식이다. 자기 객관화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나‘를 제대로 이해해야 ‘너‘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직관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객관화가 되는 직원은 위치나 직급에 관계없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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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 먹고 마시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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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과 루브르는 프랑스의 참모습이 아니다!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들려주는 프랑스 먹거리 유랑기


프랑스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바칼로레아?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저자 문정훈 교수는 그런 우리를 전혀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던, 프랑스의 진짜 매력을 품은 장소로 인도한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이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인 문정훈 작가가 글을 쓰고, 셰프 겸 푸드라이터인 장준우 작가가 사진을 담당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쓴 책이다. 전문분야가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 신나게 프랑스 시골 탐방을 하며 온갖 맛있는 음식과 와인 예찬을 한다.


저자는 프랑스의 진면목은 시골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등은 분명 멋진 예술품이지만 그것들은 프랑스 사람들의 실생활, 문화 등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진짜 프랑스를 알고 싶다면 프랑스의 밥상,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 그 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가 재배되는 곳, 즉 시골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즐거운 문체로 명랑하게 쓴 여행기이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진심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고, 시골과 각 마을의 특산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책 속에서 이야호! 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읽고 있자면 유쾌하다. 절로 들뜨며 나도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동시에 나도 여기에 실제로 가 보고 싶다는 열망이 차오른다. 바로 이 장소에 가서 시골의 뜨거운 햇볕에 데워지고, 저자가 들른 레스토랑에 방문해 저자가 먹은 음식을 함께 맛보고 싶다. 장준우 작가의 사진 실력도 상당해서, 소개된 음식들이 전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어느새 전문가의 시선으로 우리가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먹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준다.

저자는 전공분야를 살려 각 마을의 특산물과 기후의 특징, 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토종닭인 '브레스 닭'의 종류부터 시작해 조리법, 특징, 한국 닭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

프랑스 와인의 양대산맥인 부르고뉴 와인과 보르도 와인의 등급 산출 방법 차이, 각 마을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세히 나와 있다.

(꼭 좋아하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줄줄 외우는 팬 같다)

지루하게 느껴지는가? 나는 그렇지 않았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멋진 가이드와 여행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거기 갔다 온 사람의 감상이 궁금했다면 블로그나 SNS를 찾아보면 될 일이다. 무릇 여행을 간다면 경험과 함께 지식도 얻어 와야 하는 법.

나는 여행에 관심이 많다. 관심만 많지 무서워서 직접 시도는 못해보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멋진 사진도 아낌없이 들어가 있고, 저자가 와인 양조장 내부까지 직접 들어가며 깊이 있는 서술을 동반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미처 몰랐던 분야, 관심 갖지 못했던 곳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준 점이 좋았다. '나도, 나도 가고 싶어!'라는 생각이 통통 튀어올랐다.

코로나19로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가 되든,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꼭 나아질 거라 믿는다. 세상에 멋진 곳이 이렇게 많은데, 영원히 못 가볼 리는 없다고 믿고 싶다. 그때가 되면 이번에야말로 프랑스에 가 보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파리가 가장 덜 아름답다. 분명히, 그리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만 프랑스의 아름다움은 진정 시골에 있다. 프랑스가 선진국인 것은 GDP가 높아서가 아니라 시골이 깨끗하고 아름다워서다. 농담이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시골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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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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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책방 주인이 된 김이듬이 바라본

세상의 크고 작은 조각들과 인생의 노래




불안하고 무서운 시대라고들 한다.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고 삶은 언제나 스케치와 전혀 다른 형태로 완성된다. 걱정 없는 인생이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책방 주인이 된 시인이 바라본 그런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인 김이듬 시인은 전미번역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독일 베를린대학 외 다수의 외국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현재는 동네책방 '책방이듬'의 주인장이기도 하다.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는 김이듬 시인이 책방을 운영하며 겪은 일, 순간의 생각과 감정, 만나고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기록한 산문집이다. 시인도 충분히 멋져 보이는 직업인데 책방 주인이라니, 자영업에 무지한 제3자인 나는 책을 펼치기 전까지 꽤 낭만적인 삶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그런 낭만적인 면만 보여주지 않았다. 동네책방을 경영하는 일은, 특히 이전에 창업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한 문인이 경영주가 된다는 일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다정하고 정갈한 문장에서 드러난 저자는, 매 순간 비틀거리고, 실수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우리처럼.

독서 인구가 무척이나 적은 국가, 특히 다양하고 많은 책과 각종 행사를 준비할 수 있는 대형 서점에 맞서 독립책방이 살아남기에는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거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책방을 찾는 손님은 더욱 적다. 작중에서 저자는 강의를 하면서 번 돈을 그대로 운영 자금으로 쓴다고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에서 책을 파는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저자의 고뇌와 문인으로서의 자세, 갈등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가치관 또는 정체성과 엇갈린 길을 가는 것, 그것은 어쩌면 사람이 견디기 가장 힘든 고통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저자는 넘어질지언정 무너지지는 않았다.

책방을 운영하며 찾아온 손님들, 떠나간 사람들, 저자가 바라본 삶과 세상. 그 모든 것들이 시인의 섬세한 문장을 통해 유려한 필치로 드러나 있다. 자신의 겪는 고통을 날것으로 묘사하지 않아, 불편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마음에 다가온다. 저자는 생각하고 성찰하기를 그만두지 않았고, 고마운 사람들과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 시 역시 계속해서 쓰고 있어서 책에는 저자가 쓴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다.

아름다운 책이었다. 삶은 늘 흰구름 뜬 하늘 같기보다는 흙탕물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그건 저자 역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삶이 처연하도록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무언가 사랑하기보다 무언가 미워하는 것이 더 손쉬운 세상이다. 누군가를 감싸기보다 비난하는 것이 더 당연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 한켠에서 나와 타인을 사랑하고, 품에 안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내가 혐오와 폭력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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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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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1도로 얼어붙은 세상,

유일하게 따뜻한 도시 스노볼.

'나'로 살아가기 위한 십 대들의 용기

바깥은 눈보라와 칼바람이 몰아치는 세상,

따뜻한 곳에서 잠들기 위해서는 나의 삶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면 어떨까?

주인공 '전초밤'은 그런 질문을 받았다.

저자 박소영은 대학에서 정보방송학을 전공하여 잠시 기자로 일했다.

2016년 제1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서 창작스토리상을 수상했다.

『스노볼』은 저자의 첫 출판 소설로, 창비와 카카오페이지가 개최한 제1회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창비 측에서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을 개최하며 영어덜트 심사단을 모집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모집 연령대는 1020세대 독자였고, 영어덜트 심사단의 의견이 심사에 반영된다고 공지되어 있었다.

비록 나는 떨어졌지만, 주 독자층이 직접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렇게 선발된 작품이니, 믿고 읽어도 좋을 듯하다.


먼저 독특한 배경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땅 위에 우뚝 세워진 투명 돔으로 덮인 도시라니, 속사정이 어떻든 상상해 보면 꽤 예쁜 풍경이다. <설국열차> 또는 <주토피아>가 연상되기도 하는 이 아름다운 가상의 도시에서, 초밤이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인물들의 개성도 확실하고 매력적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확실한 목표와 정을 품고 있는 주인공 전초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액터 고해리, 능력 있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차설 등. 외국 판타지 소설과는 달리 각각의 인물이 확실하게 구별되고 주인공에게도 이입하기 쉬워서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 있었다.

이는 문체 덕도 한몫 하는데, 문체가 간결하고 묘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서 두께가 조금 있는 책인데도 휘리릭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스토리라인도 흥미롭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건, 여기저기 숨은 복선, 그리고 반전까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나는 읽는 동안 정신없이 초밤이를 따라다니며 응원하고, 다가올 일을 두려워하고, 동시에 두근거렸다.

최근 한국문학에서 SF소설을 포함한 장르문학을 주목받고 있다. 거기다 특히 순수문학 위주의 책을 출간하던 창비가 카카오페이지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장르문학 공모전을 개최한 일은 놀랄 만했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달갑다. 사실 장르문학만큼 재미있는 소설도 없지 않은가. 그간 취급이 박했을 뿐이지. SF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이러한 소설이 빛을 보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아, 날아가. 저 먼 곳까지 어디든. 아무런 한계도 없는 곳으로.


★본 리뷰는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또 다음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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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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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방법으로 삶과 사회에 맞서는 사람들

서로 다른 우리가 서로 함께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하여

하얀 붕대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반드시 같아질 필요는 없어억지로 그러려고 했다간 계속 싸우게 될 거야.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고 상처받을 준비가 됐다는 거야진경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너한테는나는 상처받고배울 준비가 됐다고!

네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다고그러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멀리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 일은 제발 그만둬.”

 

우리는 모두 '다르다.'

머리로 이를 인정하는 일은 쉬우나현재에서 다르다는 사실은 공격 대상이 된다그 속에서 약자의 '약함'은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

그러한 약자를 권리를 주장하려는 움직임 사이에서도 '다름'은 쉽게 내분의 씨앗이 되고 또 다른 차별과 멸시를 낳는다.

우리는나는나와 다른 ''를 공격하고 싸우는 데 지쳤다우리에게는 서로를 감싸 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미용실에서 시작된다미용실을 운영하는 실장 해미는 자주 찾아오지만 말 없고 무뚝뚝한 손님에 대해 생각한다책을 좋아하는 듯하면서도 그녀가 추천한 책에는 별다른 말이 없는 손님 말이다말 없고 무뚝뚝한 은정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깨어나지 않는 아들 서균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홍보회사의 능력 있는 직원이었던 은정의 시간은 아이가 쓰러진 이후 멈춰 버렸다해미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는 레디컬 페미니스트 지현에게로진경에게로세연에게로...... 여러 명의 여성 인물들에게로 연결된다.

 

자주 보지 않아도 괜찮아네가 가끔 울고 싶을 때말할 사람이 필요할 때그럴 때 나한테 전화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언제 울고 싶은데?

-지금.”

 

붕대 감기는 작가정신 출판사의 '소설시리즈의 신작이다. ''이 가진 다양한 의미처럼 소설 한 편 한 편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자 위로로때로는 성찰이자 반성으로 서술되는 중편소설 시리즈이다.(출처:작가정신 블로그)

저자 윤이형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4, 2015년 젊은작가상, 2015년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러브 레플리카』 『작은마음동호회중편소설 개인적 기억청소년소설 졸업로맨스소설 설랑』 등이 있다.(출처:YES24 작가소개)

 

문학성이 정말 좋았던 작품이었다문체는 깔끔하면서도 섬세해서술술 잘 읽히면서도 계속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모든 인물에 대한 묘사 또한 생생했고 무엇보다 내면 묘사가 출중해서캐릭터가 아닌 한 사람을 대하는 듯했다.

이 책에는 여러 명의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그들 각자는 서로 다른 삶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이 책은 섬세하면서도 깔끔한 필체로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 그 속에 살아 있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삶과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각자 다르게여성으로서 사회를 바라본다.

그렇다이 책은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모든 사건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정말 많이 놀랐다내가 알게 모르게 그어뒀던 선을 거침없이 넘어버리는 작가들이 있는데윤이형 작가가 그중 하나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현대의 페미니즘을 바라본다무엇보다 좋았던 부분은 책이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정답을 정해 버리면 그것이 아닌 다른 모든 생각은 틀린 것이 되니까 말이다.

 

한 명의 여성으로서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몇 년간 페미니즘이 일으킨 물결에 휩쓸리면서 수많은 의견을 접하고 글을 읽었다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면서도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면도 있었다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끝없이 갈등하고 고민한 끝에도결과는 같았다.

다름을 이유로 서로를 대상화하고 멸칭으로 부르며 물고 뜯고의견의 차이마저 혐오의 빌미가 되는 흐름에 나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안이한 방법이라 할지라도나는 좀 더 포용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바뀌었으면 했다혐오로 바뀐 세상에 남는 건 결국 혐오뿐이리라 생각했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서로를 물어뜯기보다는 이해하는 데 노력을 할애했으면 한다너와 내가 같지 않을지라도우리가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한다이 책이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 기뻤다.

한동안 내 손목에 감긴 붕대의 끝이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그 끝을 물끄러미 응시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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