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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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책방 주인이 된 김이듬이 바라본

세상의 크고 작은 조각들과 인생의 노래




불안하고 무서운 시대라고들 한다.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고 삶은 언제나 스케치와 전혀 다른 형태로 완성된다. 걱정 없는 인생이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책방 주인이 된 시인이 바라본 그런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인 김이듬 시인은 전미번역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독일 베를린대학 외 다수의 외국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현재는 동네책방 '책방이듬'의 주인장이기도 하다.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는 김이듬 시인이 책방을 운영하며 겪은 일, 순간의 생각과 감정, 만나고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기록한 산문집이다. 시인도 충분히 멋져 보이는 직업인데 책방 주인이라니, 자영업에 무지한 제3자인 나는 책을 펼치기 전까지 꽤 낭만적인 삶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그런 낭만적인 면만 보여주지 않았다. 동네책방을 경영하는 일은, 특히 이전에 창업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한 문인이 경영주가 된다는 일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다정하고 정갈한 문장에서 드러난 저자는, 매 순간 비틀거리고, 실수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우리처럼.

독서 인구가 무척이나 적은 국가, 특히 다양하고 많은 책과 각종 행사를 준비할 수 있는 대형 서점에 맞서 독립책방이 살아남기에는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거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책방을 찾는 손님은 더욱 적다. 작중에서 저자는 강의를 하면서 번 돈을 그대로 운영 자금으로 쓴다고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에서 책을 파는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저자의 고뇌와 문인으로서의 자세, 갈등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가치관 또는 정체성과 엇갈린 길을 가는 것, 그것은 어쩌면 사람이 견디기 가장 힘든 고통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저자는 넘어질지언정 무너지지는 않았다.

책방을 운영하며 찾아온 손님들, 떠나간 사람들, 저자가 바라본 삶과 세상. 그 모든 것들이 시인의 섬세한 문장을 통해 유려한 필치로 드러나 있다. 자신의 겪는 고통을 날것으로 묘사하지 않아, 불편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마음에 다가온다. 저자는 생각하고 성찰하기를 그만두지 않았고, 고마운 사람들과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 시 역시 계속해서 쓰고 있어서 책에는 저자가 쓴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다.

아름다운 책이었다. 삶은 늘 흰구름 뜬 하늘 같기보다는 흙탕물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그건 저자 역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삶이 처연하도록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무언가 사랑하기보다 무언가 미워하는 것이 더 손쉬운 세상이다. 누군가를 감싸기보다 비난하는 것이 더 당연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 한켠에서 나와 타인을 사랑하고, 품에 안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내가 혐오와 폭력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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