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 맛의 멋을 찾아 떠나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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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식문화의 진면목을 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스페인 여행 이야기


"아침에는 아무도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 호텔 주인 부부를 포함해 다들 늦잠을 잔다. 아침에 눈이 떠진 이들은 바닷가 옆 언덕을 천천히 산책하고 그들이 호텔로 돌아올 때쯤이면 커피와 함께 간단한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다들 부시시 일어나서 서로 인사하고 식당에서 편하게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가 쉬거나 바다로 나가거나 정원에서 책을 읽는다. 바다의 등대 호텔은 그런 곳이다."


식재료가 생산되는 시골을 찾아가 그 나라를 온몸으로 즐기는 시골 여행기. 그 두 번째 책이 돌아왔다.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 모두 관광지와 예술로 유명한 나라지만 이 책의 두 저자는 유명 여행지에 들르지 않는다. 저자들이 무엇보다 사랑하고 열정을 다하는 곳은 바로 시골. 스페인 식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의 재료가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다.

글을 쓴 문정후 작가는 서울대 농경제학부 교수이자 푸드비즈니스랩의 소장이고, 사진을 찍은 장준우 작가는 셰프이자 푸드라이터이다.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 만나 스페인 시골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이번 책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는 전작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보다 더 힘을 빼고 편안히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 근엄하고 진지한 이미지인 교수님이 쓰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문체가 경쾌하고 모든 문장마다 음식과 문화, 사람에 대한 애정이 통통 튀어오른다. 읽다가 소리내어 크게 웃기도 했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지식도 풍부하고 유머감각도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대환영이다. 여름 기온이 49도까지 올라가는 스페인에서도 웃으며 돌아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모든 부분이 재미있는 책이었지만 특히 시드라(사과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하신또 사장님의 이야기가 가장 즐거웠다.


유쾌하고, 다정하고, 시드라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전문가 하신또 사장님. 생동감 넘치는 문체 덕분에 나도 덩달아 들뜨고, 양조장 안의 가득한 시드라 꽃향기를 맡는 듯했다. 여행기를 여러 권 읽었지만 이렇게까지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었던 장면은 처음이었다.

시골은 농업을 품고 있는 곳이다. '식'의 기초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시골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골은 어떨까. 1차 산업 종사자가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없고, 그만큼 그 수도 줄어들고 있다. 인구의 50%가 수도권으로 몰리며 지방, 특히 시골은 점점 쇠퇴하고 있다.

음식은 즐거움의 영역이자 생존의 영역이다. 그런 중요한 음식이 태어나는 곳이 건강하지 않다면 앞으로 우리 식문화의 미래를 어두울 것이다. 서울과 더 가까이,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부의 상징이라지만, 우리가 정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시골 아닐까. 외국의 시골을 보며 우리 시골의 현재를, 미래를 고민하며 책을 덮었다.

상상출판의 책 편집을 좋아한다. 감각적이고, 세련되고, 표지의 색감도 책 분위기를 잘 드러내어서 눈길이 한번 더 가게 만든다.

'진짜 프랑는 시골에 있다'의 후속작인 만큼 목차를 비롯해 전체적인 편집 스타일은 거의 유지되었는데 지난 서평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개선되었다.

매 챕터마다 실려 있는 지도에는 저자가 머무른 곳이 표시되어 있다. 전작에서는 저자의 이동경로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던 적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저자의 위치와 챕터의 주 배경이 되는 곳의 위치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변화가 뚜렷이 보이니 내용 이해에도 도움이 되었고 흥미가 더 높아졌다. 좋은 책을 내 준 출판사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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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색다른 여행 - 재밌고 힐링이 가득한 여행지
이종원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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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여행을 미룰 순 없다!

집콕에 지친 여행자들을 위한 안전한 여행 가이드북



5인 이상 모임 금지, 밀집장소 방문 자제. 해외여행은 기약 없는 금기 사항이 되었고 국내 관광지를 찾는 것조차 뭇매를 맞을 만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기약 없이 몇 년간 은거 생활만 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등장했다. '코로나 시대에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가이드북.'

저자 이종원은 한국여행작가협회 전 회장으로 수많은 공모전 수상경력과 5권의 저서, 30여 권의 공저를 낸 노련한 여행작가이다. 그런 저자가 대한민국 국토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이 시국에 가볼 만한 여행지를 엄선하였다.

코로나 시대에도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소개되는 여행지 대부분이 성벽, 절리 등 야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푸르고 널따란 들판과 웅장한 산등성이가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절로 책장 너머로도 절로 숨을 죽이게 된다. 웅장한 자연의 사진에 덧붙여, 이곳의 어떤 점이 훌륭하며 언제 가면 좋은지, 어떠한 점이 볼거리인지 상세하고 전문적인 저자의 설명이 곁들여 있다.

본 도서는 감성/힐링 여행에세이라기보다는 실용서적에 가깝다고 느꼈다. 각 여행지에 얽힌 한국사와 생기게 된 원인 등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적혀 있으며 최근 어느 방송의 배경으로 등장했는지까지 소개하고 있다. 역사는 물론이고 최신 트렌드에도 정통한 저자의 지식에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안전한 여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차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 차박의 장단점부터 시작해 차박하기 좋은 장소, 응용법까지 아주 상세한 설명에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전통마을이나 위인 생가만 소개하는 것도 아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요즘, 저자는 유명한 해외여행지와 비슷한 장소를 국내에서 찾아내어 본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몰디브 대신으로 우도 산호사해수욕장을,일본의 아이노시마 고양의 섬 대신으로 쑥섬 고양이 섬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한 여행지와 인생샷 장소, 색다른 여행지, 해외여행 대체 여행지 등은 깔끔하게 표로 정리되어 책 맨 뒤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여행 사랑과 여행에 대한 열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여행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관심 갖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방대하고 세세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겠는가. 산이나 고성은 지루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자연과 문화재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움직이는 것도 운동도 워낙 싫어해서 산행이라면 손사레부터 쳤는데, 숲 속 둘레길을 찍은 사진을 보고 그 한복판에서 풀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싶었다.

책을 읽고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진도 남단 회동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보이는 바다는 썰물 때가 되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물이 쭉 갈라진다고 한다. 그 광경을 꼭 보고 싶었다. 책에서 '이상 기온 탓에 바닷물 수위가 높아 바다는 예전처럼 뚜렷하게 갈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얼른 달려가고 싶다.



상상출판에서 편집한 책을 좋아한다. 본 책은 내용과 내지 편집 면에서 3040 독자들을 겨냥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앞표지와 뒷표지는 정말 트렌디했다. 진한 노랑과 파랑으로 시선을 끌고 글꼴에서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용한 문구도 이 책의 장점과 시선을 끌 만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지 역시 잡지처럼 매끈한 종이를 사용한 대신 페이지 쪽번호의 글꼴에 변화를 주어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덜어내었다. 편집자분께 수고하셨다는 박수를 보낸다.


당장 코로나를 끝장내지 못할 바에야 이 전염병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행작가의 소명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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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 오직 나의 행복을 위한 마음 충전 에세이
삼각커피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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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지만 너무도 소중한 '나'에 대한 이야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에세이



나 빼고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다들 뒤쳐지지 않고 자기 스펙 착실히 쌓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초라한 사람일까. 이 책은 그런 독자에게 작가가 건네는 고요한 자신의 이야기이다.

작가 삼각커피는 취업 실패의 고배를 마신 뒤,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자영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내 눈에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자기 이름으로 된 책도 있고, 작품을 찾아 주는 사람도 있는 거잖아. 거기다 자영업도 하고 있다니 정말 성실한 사람 아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잖아?'

저자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자소서나 인터뷰 같은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솔직한 자신만의 이야기였다.



책표지를 처음 봤을 때 그림 곁들인 요즘 흔한 힐링 에세이겠구나, 생각했다. 소확행과 '너는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라고.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삶과 마음과 생각에 관한 이야기이다. 초록머리에 동그란 얼굴을 한 우리 주인공은, 돈에 쪼들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고, 비싼 뷔페보다 990원짜리 삼림 꿀호떡이 더 익숙한 사람이고, 종일 뒹굴뒹굴 누워 핸드폰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고, 너무도 외로워 실수도 많이 했던 사람이다. 그래도 살아 있기에 삶을 알차게 가꾸려 노력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이었다.


정말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은 이야기. 나도 그렇게 산다. 천원짜리 간식과 천오백원짜리 간식 사이에서 통장 잔고 되뇌면서 갈등하고, 할 일이 책상에 쌓여 있는데 이불을 몸에 감고 게임 앱을 켠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에 나는 공감했고, 우습게도 거기서 위로받았다.

평범했기에 오히려 평범하지 않았다. 작가 자신의 삶과 생각을 이렇게까지 가감 없이 고스란히 보여준 책은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 삶은 하나도 특별할 것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았다. 내가 죽으면 이 삶에 뭐가 남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고 생각한 모든 것, 내 삶 전체가 고스란히 남았다.

물론 큰 목표가 있으면 좋겠지. 그걸 위해 힘차게 노력하는 게 좋겠지. 그걸 이룰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하지만 그게 힘에 부친다면, 내게 주어진 과제조차 벅차다면, 그런 모습마저 내 모습이라고 긍정하고 싶어졌다. 그것마저 소중한 내 모습이라고, 비슷할지 몰라도 똑같은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배웠다.



각자의 마음엔 사랑하고 싶은 마음, 즐겁고 싶은 마음, 위로받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걸 알기에. 나라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상처 주지 말자고, 눈을 맞추며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웃음 한 움큼이라도 건네자고 반성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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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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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혹스럽다. 갑자기 밀려오는 슬픔도, 상실도, 남겨진 나의 삶도, 전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 놓는다. 그런 일상을 끝내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느리게나마 일상을 추스르며 삶을 이어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딸이자 한 사람의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추스르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정황상 과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했지만, 산재처리를 받기 위해 그것을 증명하기는 불가능해 보일 만큼 어려웠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저자는 장례 절차를 주관하고 납골함을 골라야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례 과정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고 모두들 유가족이 그것들을 빨리빨리 처리해 주길 원했다. 또한 언제나 상주 표식을 달고 영정을 드는 사람은 남성이었다.

이 책은 그런 장례 절차를 겪고 아버지의 남은 생을 정리하며, 가족들과 함께 그 이후를 도모해야만 하는 한 사람의 고찰과 사유를 다루고 있다.


뒤표지의 책 소개를 읽고 나는 이 책이 참으로 슬플 거라 생각했다. 이전에 가족을 잃은 사람이 쓴 에세이를 두 권 정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두 책 모두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책을 펼치기 전에 각오를 조금 다졌다. 많이 슬플 수도 있으니 울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라는 건 한 사람이 감당키 힘든 슬픔 중 하나이니.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슬픔의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울었다' 등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태연하다거나 건조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문장에 담겨 있는 것은 '감정'이 아닌 '마음'이었다. 가족을 잃었다 해도 지금 분명히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 딸이자, 여성이자, 작가이자, 사회 구성원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알뜰히 담긴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 편했고, 책 내용에 집중하기도 좋았다.

이 책은 단순히 아버지의 죽음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장례 절차, 고독사와 안락사, 1인 가구의 죽음 등 사회의 '죽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의 경험이 사회 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넓어지는 모습을 직접 본 듯했고, 나 역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생각하기엔 부담스러운 주제다. 우리는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한결같이 그것을 외면한 채 삶을 이어간다.

저자는 그런 죽음을 끄집어내 우리의 앞자리에 앉혀 준다.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대화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죽음과 마주앉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을 어둡고 두렵게만 생각해서는 무엇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살아 있는 내가 죽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죽음이 내 가까이로 다가올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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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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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소중했던 이국에서의 시간

그 나날을 회상하며


지난 1년, 그리고 올해까지, 이제 해외여행은 과거의 산물이 되었다. 국내 여행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암울한 시기가 얼른 끝나길 기다리며, 마음속에 소망의 탑만 높이 쌓아 올리게 되었다.

그런 우리에게, 채지형 작가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여행의 기억을 들려주며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 책은 거창한 세계 일주기나 오지 모험담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 베이징처럼 유명하고 번화한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저자가 여행한 곳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 마니아가 아니라면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을 만한 곳이고, 저자가 한 경험도 진기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소중했다.

책은 저자가 품고 있는 여행의 소중한 순간을 담은 글이다. 그래서 소제목이 붙은 챕터의 내용이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여행의 풍경, 느낌, 몬화 등을 충분히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다정한 문체가 그 느낌을 더욱 키워 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가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국외를 여행한 내용이 많지만, 국내를 여행한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모르는 곳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생소해서 좋았고, 아는 곳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색달라서 좋았다.

엄청나거나 대단한 내용이 아닌데도, 책을 읽는 내내 참 즐겁고 따뜻하고 명랑했다. 단순히 관광객으로서 구경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땅을 사랑하고 그곳을 알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관심이 느껴져일지도 모른다.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곳에서 보낸 모든 시간을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독자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것은 여행 기록을 수기로 꼼꼼하게 작성하고, 여행지에서 쓴 영수증까지 중요하게 간직하는 저자 덕분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기록을 읽으며 나는 전 세계를 떠돌며 그곳의 생기를 충만히 만끽하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멈춤 상태다. 그런 우리에게 여행이 말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여행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언젠가 다시 먼 곳으로 길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과는 형태가 달라질지라도, 어떻게든.


이번 책은 여행기이지만 '감성 에세이'를 표방하고 있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컨셉에 맞춰 책표지를 감성적 하늘 사진으로 선정했고, 질감 역시 무광의 부드러운 느낌으로 정했다.


뒤표지 구성 또한 깔끔하고 '감성'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아롱진 빛무리가 한 면 전체에 걸쳐 들어온다. 이런 디테일한 면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소제목의 머릿부분과 쪽번호 표기도 마음에 들었다. 활자를 단순히 일자로 처리하는 대신 여백을 활용하도록 배치되어 의외성을 주었고, 각 장의 내용을 나타내는 사진을 동그랗게 배치했다.

쪽번호 역시 점선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 있어 편집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끝임없이 흘러나오는 여행에 대한 정의 중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바로 여행이야말로 나를 숨 쉬게 하는 이유라고 답할 것이다. 여행을 함으로써 내 삶은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고 시나브로 여행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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