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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평점 :
매 순간 소중했던 이국에서의 시간
그 나날을 회상하며

지난 1년, 그리고 올해까지, 이제 해외여행은 과거의 산물이 되었다. 국내 여행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암울한 시기가 얼른 끝나길 기다리며, 마음속에 소망의 탑만 높이 쌓아 올리게 되었다.
그런 우리에게, 채지형 작가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여행의 기억을 들려주며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 책은 거창한 세계 일주기나 오지 모험담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 베이징처럼 유명하고 번화한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저자가 여행한 곳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 마니아가 아니라면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을 만한 곳이고, 저자가 한 경험도 진기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소중했다.
책은 저자가 품고 있는 여행의 소중한 순간을 담은 글이다. 그래서 소제목이 붙은 챕터의 내용이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여행의 풍경, 느낌, 몬화 등을 충분히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다정한 문체가 그 느낌을 더욱 키워 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가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국외를 여행한 내용이 많지만, 국내를 여행한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모르는 곳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생소해서 좋았고, 아는 곳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색달라서 좋았다.
엄청나거나 대단한 내용이 아닌데도, 책을 읽는 내내 참 즐겁고 따뜻하고 명랑했다. 단순히 관광객으로서 구경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땅을 사랑하고 그곳을 알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관심이 느껴져일지도 모른다.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곳에서 보낸 모든 시간을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독자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것은 여행 기록을 수기로 꼼꼼하게 작성하고, 여행지에서 쓴 영수증까지 중요하게 간직하는 저자 덕분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기록을 읽으며 나는 전 세계를 떠돌며 그곳의 생기를 충만히 만끽하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멈춤 상태다. 그런 우리에게 여행이 말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여행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언젠가 다시 먼 곳으로 길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과는 형태가 달라질지라도,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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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여행기이지만 '감성 에세이'를 표방하고 있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컨셉에 맞춰 책표지를 감성적 하늘 사진으로 선정했고, 질감 역시 무광의 부드러운 느낌으로 정했다.

뒤표지 구성 또한 깔끔하고 '감성'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아롱진 빛무리가 한 면 전체에 걸쳐 들어온다. 이런 디테일한 면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소제목의 머릿부분과 쪽번호 표기도 마음에 들었다. 활자를 단순히 일자로 처리하는 대신 여백을 활용하도록 배치되어 의외성을 주었고, 각 장의 내용을 나타내는 사진을 동그랗게 배치했다.
쪽번호 역시 점선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 있어 편집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끝임없이 흘러나오는 여행에 대한 정의 중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바로 여행이야말로 나를 숨 쉬게 하는 이유라고 답할 것이다. 여행을 함으로써 내 삶은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고 시나브로 여행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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