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후의 경제 -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
윤태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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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경제』는 AI 기술의 진보를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집중하는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질서의 변화다. AI가 인간의 판단을 돕는 도구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주체가 될 때, 경제와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책의 출발점은 단순하지만 불편하다. “당신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형식적인 보안 절차가 아니다. 온라인 공간에 진입하기 위한 자격 심사가 된다. 과거에는 인간이 AI를 구분해야 했지만, 이제는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다. 생물학적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인지, 다시 말해 인격과 의도를 가진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얼굴 인식, 지문 인식, 나아가 고막 인식과 같은 기술이 등장한다. 원래는 편의를 위해 도입된 도구들이지만, 이제는 개인을 보호하기보다 개인을 옥죄는 장치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인증은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접근 권한을 제한하고 행동을 관리하는 기준이 된다. 저자는 이 지점을 통해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낸다. 편리함은 항상 통제와 함께 움직인다.


중반부에서 저자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AI는 인간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평가한다. 행동 기록, 맥락, 패턴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도를 추론하고, 신뢰를 수치로 환산한다. 이 신뢰 지수는 거래 가능성, 계약 조건, 서비스 접근 권한까지 좌우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인간이 AI를 신뢰하느냐가 아니라, AI가 인간을 신뢰하느냐가 경제 활동의 전제가 된다는 점이다. 신뢰는 도덕이 아니라 자원이 되고, 평판은 감정이 아니라 조건이 된다.


개인화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그 선택지는 동시에 개인이 움직일 수 있는 허용 범위를 설정한다. 우리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도, 그 편리함이 사고와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둔감해진다. 『AI 이후의 경제』는 이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이미 일상 속에서 조용히 진행 중인 변화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단순히 “AI를 잘 활용하라”는 식의 조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전의 질문을 던진다. AI가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로 남는 것, 기술이 요구하는 조건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 기준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신뢰와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인식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AI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AI가 설계한 질서 속에서 주체성을 잃지 않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AI 이후의 경제』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현실을 선택한다. AI는 더 이상 인간의 도구가 아니다. 시장의 규칙이며, 판단의 기준이다. 이 책은 “AI를 어떻게 쓰면 살아남을까”를 말하기보다, “AI가 판단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도록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간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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