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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 ㅣ 특서 청소년문학 49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7월
평점 :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얼큰한 짬뽕 국물을 마시고, 웅장하고 섬세한 말러의 교향곡을 들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등나무 아래 홀로 앉아 있는 풍경을 떠올려 본다. 탁경은 작가의 장편소설 『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은 이처럼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색적인 요소들을 한데 모아, 열다섯 청소년들의 미숙하면서도 빛나는 순간을 다정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문득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바이올린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보니, 클래식 곡명이 들어간 제목 자체가 남다르게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끌림이 생겼다. 거기에 더해 흔히 '중2병'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곤 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과 성장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갖고 펴든 책은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 부모로서의 삶과 가치관까지 깊이 돌아보게 만드는 뜻밖의 질문들을 안겨주었다.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새 학기, 주인공 정수인 앞에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또 다른 수인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정수인과 달리, 또 다른 김수인은 어디서나 주목받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다. 여기에 단골 짬뽕집 딸이자 똑 부러지는 반장 임리안까지 더해지며, 서로 너무나 다른 세 아이의 평범했던 일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산책길에서 벌어진 엉겅퀴 살해 사건 추적, 최고의 짬뽕 맛을 찾아 떠나는 여정, 그리고 선생님이 내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름방학 숙제까지 함께해 나가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의 비밀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이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특별함'에 대한 재해석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자신보다 더 크게 성장하고, 더 특별한 삶을 살며, 경제적으로나 마음으로나 더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았고, 그 간절함이 혹시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는 압박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더 특별한 사람이 되라는 부모의 기대가 오히려 아이들의 다채로운 색깔을 지우고 획일적인 틀에 가두며, 진정한 성장을 방해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솔직한 반성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수인의 부모 역시 수인에게 특별하다고 말해주지만, 정작 수인은 그 기대에 부담을 느끼며 스스로를 평범함 속에 숨기려 한다.
그러나 등나무와의 신비로운 대화와 친구들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수인은 마침내 깨달음을 얻는다. 거대한 성취를 이루거나 남들보다 특출나지 않아도, 나만의 독특함과 고유함을 지닌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숙해서 흔들리고 서툴러서 부딪히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천천히 다가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울림과 함께 부모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진짜 성장은 남들 위에 서는 특별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결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인정해 주는 데서 시작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불안해하는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깊은 위로와 울림을 건넨다. 뜨거운 여름날, 마음을 울리는 클래식 선율과 함께 아이들의 고유한 빛깔을 온전히 바라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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