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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다시 만난 음악 ㅣ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2
조윤범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1월
평점 :

『조윤범의 다시 만난 음악』은 학창 시절 시험과 암기 속에서 멀어졌던 ‘음악 교과서’를 어른의 감각으로 다시 펼치게 만드는 책이다.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2 ‘음악’ 강의를 바탕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클래식 해설가 조윤범은 클래식을 “어렵게 배워야 하는 지식”이 아니라 “다시 만나며 좋아하게 되는 감정의 언어”로 풀어낸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미 삶 속에서 수없이 클래식을 들어왔음을 먼저 인정하게 하고, 그 익숙함을 출발점으로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현대로 이어지는 음악사의 흐름을 이야기처럼 연결한다. 시대의 변화는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의 진화로 설명되며, 바흐의 질서, 베토벤의 의지, 낭만주의의 고백 같은 결들이 음악을 다시 ‘사람의 목소리’로 되돌려 놓는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개인적으로 와 닿았던 지점은, 딸이 바이올린을 전공으로 하며 연주곡명이나 작곡가, 연주자,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서도 늘 생소함과 어색함 때문에 같은 눈높이에서 공감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음악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대화의 문턱 앞에서 머뭇거렸던 시간이 길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음악을 ‘설명해야 할 정보’가 아니라 ‘함께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해도가 분명히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 덕분에 딸의 연주와 음악 이야기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 개인적인 의미를 지닌다.
책의 큰 장점은 오케스트라·실내악·협주곡·오페라라는 장르의 구조를 ‘귀로 이해’하도록 안내한다는 점이다. 오케스트라는 서로 다른 악기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숨을 맞추는 공동체의 축소판처럼 다가오고, 실내악은 소수의 연주자들이 나누는 친밀한 대화처럼 체감된다. 협주곡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긴장과 화해를 통해 삶의 균형을 떠올리게 하며, 오페라는 사랑·질투·배신·용서 같은 인간 감정의 전 스펙트럼을 무대 위에서 한꺼번에 터뜨리는 드라마로 클래식의 심장을 보여준다. 오페레타와 베리스모, 후기 낭만 오페라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클래식이 결코 박물관 속 음악이 아니라 웃음과 풍자, 현실의 숨결까지 품어온 장르였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음악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책 속에서 언급되는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음악이야말로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라는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좋은 직장과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교육을 받고 경쟁하지만, 그것만으로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음악은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음악은 성취의 도구가 아니라, 삶을 견디게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라는 메시지가 이 책 전반에 흐른다.
공연장과 관객, 역사 속 음악, 그리고 AI와 음악을 다루는 후반부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유효하다. 빈과 밀라노, 파리의 공연장은 수백 년의 박수와 숨결이 쌓인 ‘음악의 집’으로 그려지고, 전쟁과 정치, 검열 속에서도 음악이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왔다는 사실은 예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AI가 작곡하는 시대에 던지는 질문 역시 분명하다. 기술은 음악을 흉내 낼 수 있어도, 고통과 사랑을 살아낼 수는 없다는 것. 결국 음악을 만들고 감동하는 주체는 인간이며, 이 책은 클래식을 시험 과목이 아닌 시간 너머의 감정과 만나는 경험으로 되돌려 놓는다. 클래식 76곡을 한 곡씩 만나며 해설을 곁들이다 보면, 클래식은 지식이 아니라 취향이 되고, 어느 순간 삶의 결을 조용히 풍요롭게 만드는 동반자가 된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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