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바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10
김청귤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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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퍼즐바디 | 김청귤 | 현대문학

이 책은 다국적 기업 ‘제우스’를 배경으로, 인간의 신체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어떻게 분절되고 재조합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SF 소설이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 질환을 앓아온 제우스 그룹 회장의 딸 김리사가 수술 이후 공식 석상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기업이 은폐해온 ‘신체 조각’ 기술과 초록색 빛의 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치밀한 설정과 빠른 전개 덕분에 단숨에 읽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은 편치 않다. 이 소설이 독자를 붙잡는 힘은 속도보다도 불편함에 있다.

『퍼즐바디』가 특별한 이유는 기술 발전을 낙관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데 있다. 신체 일부를 떼어내 다른 이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명분 아래,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몸이 자원처럼 관리되고 데이터화되는 과정은 섬뜩할 만큼 현실적이다. ‘기적은 나누면 커진다’는 문장이 반복될수록, 그 기적이 누군가의 고통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 또렷해진다.

이야기는 초록빛 이후 일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신체 분리’ 현상에서 시작해, 이들을 비밀 시설에 모아 연구하는 제우스 그룹의 실체로 나아간다.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은 점점 자신의 몸으로부터 멀어지고, 결국 각자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선택은 생존을 위한 타협일 수도,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저항일 수도 있다.

인물들 역시 이 소설의 중요한 축이다. 딸을 살리기 위해 모든 윤리를 밀어내는 김건훈,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님을 직감하는 김리사, 몸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이하나, 평생 노동으로 몸을 소모해온 조기훈, 사랑과 자기소멸 사이에서 흔들리는 김미영, 착취를 기회로 착각하는 청년 서현우, 그리고 아직 자신을 정의할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한 미성년자 이한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같은 질문 앞에 놓인다. “이 몸은 누구의 것인가?”

특히 눈동자를 빼서 닦았다가 다시 끼우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감각을 집약한다. 섬세하지만 차갑게, 신체가 객체가 되는 공포가 독자의 감각을 직접 건드린다. 『퍼즐바디』는 묻는다. 나의 몸은 정말 나의 것인가, 자본과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책을 덮은 뒤에도 초록색 빛의 잔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남긴 여운은 오래, 그리고 깊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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