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레슬리 가너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는 'life lessons'다. 이 책은 저자가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인생을 같이 고민하고 상담하면서 얻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딱히 서른에 한정하지 않고 평생 받아야 할 인생수업-한 사람의 인생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에 관한 저자 나름의 다양한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서른이 된 나에게 맞는 책이라고 선택한 것에 비하면 서른에 한정되지 않은 이 책은 오히려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말에서 저자가 정의한 서른살에 혹한 나머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감상이다.

이전에 저자는 서른을 눈앞에 두기까지의 시간을 '인생의 11월'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해의 마무리를 한달 남겨둔 시점에서 빠르게 지나간 시간에 놀라워하며 분주하게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서른살이 되기 전까지 인생에 있어서 뭔가 그럴듯한 것을 완성하려는 사람들의 강박관념,그것을 같이 보았다. 그러다가 아프리카의 아라파호족에서는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달'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11월은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비축하는 달이며, 우리 삶에서 서른살이라는 것은 모든 기회가 사라진 -더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며, 그전까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응용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는 것,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 앞으로 나아갈 인생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 이 종합적인 것들이 바로 서른살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는 관점에서 서른살이라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이전의 나의 모습과 달라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딱히 서른살에 한정하는 않은 이 책의 여러 조언들은 서른이라는 것을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30가지 조언들은 어느 하나 버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에 와 닿았다. 평생 연습하고 습관화해야 할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30가지 조언들 중에서 가장 와닿은 부분은 총 2가지다.

'어느 순간도 늦은 때라는 것은 없다'는 첫번째 조언에 보면 고민 해결책으로 '3B(Bed, Bus, Bath)'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 유용한 3가지 방법은 실제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은 바로 'Book'. 그런 게 있다. 심각한 일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고민이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것을 깨닫게 되면, 지금 이렇게 죽을 것 같이 힘든 일도 곧 지나가리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기때문에 오히려 억눌린 스트레스로 스스로 해하기 전에 해소하는 방법을 찾기를 권하고 있다. 소리지르기, 걷기, 잠자기, 울기 등 정해진 것은 없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면 된다. 어쩌면 살아오면서 무의식적으로 체득한 이미 자신만의 방법을 하나둘은 다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섯번째 '잘살아라, 그게 복수다'라는 항목이 어쩌면 30가지 중에서 나에게 제일 중요했는데, 복수보다는 용서를 권하고 있다. 머리 속으로 알지만 -그 복수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알지만 - 타인이 자신에게 잘못한 일은 잊을 수가 없기 때문에 도무지 용서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실연을 당하고 나서 극단적으로 매일 그사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되놰이고 무기력하던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음식에서 위안을 얻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폭식증으로 미친듯이 살이 쪘을 때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2년간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나 스스로 나를 망친 거였다.  복수는 증오심을 키우지만 용서는 그 증오심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용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함이다. 그러니 그대로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64p.) 상대방을 원망하며 증오하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얼마나 해가 되는 행동이었는지 나는 이제 안다. 잊을 수는 없다고 해도 나 자신을 위해서 용서해야한다. 이제는 그 사람을 용서한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의 그 2년도 이제는 용서한다. 나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두려움을 이기는 대신 '감싸안으라'는 표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삶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모든 것이 나에게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라는 긍적적이고 개방적인 시선, 자아재발견을 위해서 관심을 갖고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과제를 제시해준 것, 이 모든 것들을 알게 해준 이 책이 참 고맙다.

3월이면, 봄. 흔히 봄을 새롭운 것을 시작하는 계절로 많이 생각한다. 이 계절에 딱 맞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새로운 의지를 다지고, 이전과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채근하고, 뭔가를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는 3월. 비록 작심 3일이 될지라도 마음만은 '작심365일'로 자신을 채찍질한다면 올해 11월에는 만족스럽게 12월과 내년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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