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빚 - 빚 권하는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남기
고란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 나는 빚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용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자기계발서를 찾는 게 이유라면 이 책은 나에게 적당한 책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와 중앙일보 경제 기사를 쓰던 기자 출신의 저자에게 솔직히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아니 이제까지 읽은 경제관련 저서에서 이렇게 많은 공감과 집중력을 보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편견으로 좋은 책을 그냥 지나칠 뻔 했던 것이다.

이 책은 2007년 11월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세계경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엄청난 파급 효과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0대 과장에 이제 한 아이의 부모가 된 김철수라는 인물의 소비패턴을 통해서 현재의 우리에게 닥친 경제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해주고 있다.

32p.에 나오는 서브프라임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신문기사보다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그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었고, 카드값 외에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휴대폰 요금이나 전기세 등 당장 지불하지 않는 금액은 다 빚에 해당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그 중에서 제일 유용했던 것은 바로 '리볼빙'서비스의 함정이었다. 기본적으로 카드회사나 보험회사에서 하는 마케팅을 신용하지 않는 편이라 내가 찾아서 등록하는 부가서비스가 아닌 회사에서 직접 좋다고 광고하고 직접 전화해서 등록을 권유하는 것은 일단은 의심을 하고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절대 손해날 일은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내가 사용하는 카드사에서도 처음 리볼빙이 만들어졌을 때 연락이 왔었는데 그때 나는 -어떤 책을 읽고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일부러 신용카드를 다 없애고 체크카드로 전환하고 있던 중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번 결제를 못하면 미룰 수 있다는 그 서비스에 혹하지 않았고, 그냥 평소대로 100% 결제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카드사에서는 부분만 결제하면 된다는 것만 광고했지, 이월되는 금액에 20%가 넘는 이자가 붙는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책에 의하면 리볼빙을 사용해서 매달 5%결제만 한다면, 100만원이라는 돈을 갚는데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무려 30년!!!

이 책을 2/3정도 읽었을 때 지인이 책이 재밌냐고 물어봤다. 평소에는 괜찮다, 아니다 정도로만 감상을 말하는데 이 책은 정말 내가 놀랄 정도로 책의 좋은 점을 조목조목 짚어 줄 수 있었다. 그러자 그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빚을 다 갚고 성공했대?" 내가 아직은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자, "얼마 안 남았는데?"라고 하고 가버리셨다. 그때부터 왠지 김철수라는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에서는 그 변화의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빚을 해결하라고, 다시 (저자와)같이 시작해보자는 저자의 바람을 용세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들려주고는 그렇게 끝이 난다. 하지만 누가봐도 그 가정의 미래를 밝을 거라는 희망에 찬 기대를 갖게 한다. 그래서 왠지 이 책이 고마웠다.  주변에, 신문에 나오는 빚으로 인해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그런 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저자의 소박한 바람이, 경제기자 시절 잘못된 언론의 거품에 함께했던 그간의 잘못을 뉘우치는 계기가 된 이 책의 교훈이, 잘 전달되길... 그리고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내용도 물론이지만, 고객을 끄덕거리게 하는 구절이 많아서 첨부해본다.

말은 가볍고, 실천은 무겁다. (36p.)

인생은 빚과 함께 하지만  빚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53p.)

삶에는 연습도 가정도 없다.
밀려드는 후회에 의미없는 가정을 해볼 뿐이다. (73p.)

재무설계는 세수와 같다.
주기적으로 해주면 인생을 개운하게 만든다.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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