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관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6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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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이나 밴다인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묘한 박식함에는 경외와 함께 의구심을 해결하고자하는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러한 소소한 행위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탐정의 특수한 성격과 논리전개과정에 미묘한 복선과 그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고....
아마도 독자 각각의 노트를 보면 퀸이나 밴다인이 인용한 멋진 글귀나 미묘한 암시를 상징하는 어구가 많이 눈에 띄렸다....

오구리 무시타로 독자가 언명했다는 어쩌고에 대해서는 굳이 반론을 제기하지 않겠지만....
작가의 몰취미, 나아가 악취미적인 인용에 대해서는 그만 이 작품의 위상에 대한 심한 혼란을 안겨준것은 부정할 수 없다....
괴델의 체계내 형식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 만델브로트의 쥴리아 집합, 크립키의 대처법이 언급되었다면 그것은 독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었으렸다....
이론의 배경과 개략적인 이해, 경우에 따라서는 밀도깊은 적용에 관련한 독자나름의 연역을 시험해보려는 무지막지한 시도....
왜 그런 명묘한 방법을 차치하고 추리문학 독자에 대한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인가....
대체 어떻게 성인기적집, 하이든의C단조4중주, 머리털도둑, 영혼생식설, 스웨덴보그 신학, 슈니츨러 같은 문학착오적인 사료를 인용할 생각을 했단 말인가....
작품전체의 맥락과 드러내고자하는 주제에 밀접해보이지도 않는(사실 택도없는) 이런 어휘로 작품의 품격이 향상될 수 있다고 착각한 거라면 작가로서의 자질문제로 넘어가지 않으 수 없는....
이 책을 근래에야 접했다는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D.호프스태터의 정독을 필히 선행되어야만 하는....
(추리하고 아무 관련없는)사상서가 고품위(?)추리'문학'이 추구해야야할 정도와 기교에 관해 해답을 내려주는것....
세이이치적인 단아한 보편성도, 밴다인의 노련한 현학도, 로렌스의 진중한 철학에도 근접시킬 수 없는 이 작품은 2류작의 전형적인 패턴을 선구한 괴작으로 판단됨....
...
추리문학의 일선에 서게될지도 모르는 이 책의 독자 제위....
부디 창조적 계승이라는 모토와 괴리된 사장된 고서의 몰취미적인 논리로 독자의 판단과 감성을 억압하려는 노이로제는 간직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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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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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에토 라는 작가의 그 탁월한 필력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음....
6편의 단편이 단숨에 읽힐 정도로 모두 주옥같고 사랑스럽지만....
....
그중에 'X세대' 라는 단편은 가히 압권....
작가가....
얼마나 친구를 소중히 생각하는지....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는지....
얼마나 지난 날의 철없던 시절을 그리워하는지....
얼마나 지금의 모습을 스스로에 부끄럽지 않게 다잡으며 살아가는지....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단락 하나하나마다....
이 단편을 읽는 독자라면....
소위 X세대라고 하는 30대 초중반의 세대라면 쉽게 느낄 수 있을 것....
....
읽은지 두달이 지나서 이렇게 다시 한번 보는데도....
소소하고 별 것 아닌 소재로....
어찌보면 내용도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구성으로....
참 대단한 문제작을 만든 것이렸다....
2007년을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시작하게 해준 작가에게 무궁한 영광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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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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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이끌어온 '고립속의 무작위적 무조건적 공포'라는 대전제를 '한 미치광이의 수학적 가설해제'에 가까운 작가적 폭력은 소수(일까?)의 진실로 미스터리 매니아에게 더더욱 레빈,앨린,아이리쉬,콕스를 돋보이게 하는 역설....
굳이 크리스티의 최고작품을 꼽으라면, 쥐덫과 더불어 한 몇시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주위에서 사소롭기만한(편집증의 일환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아이템에게서 새로운 공포를 맛보게 해준 '그리고아무도없었다'는 그 단편적인 면에선 인류의 공감을 이끌어낸 수작이라할수도 있을듯....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공포의 가벼움'을 진실되게 느끼게 해준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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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 Mystery Best 2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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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취향과 성격에 따라 무수히 다른 평가가 내려지는 가히 설명불가의 컬트....
작품으로서의 부가적요소인 주제의 진지함, 아니면 필수불가결과 옵션의 사잇점에 자리한 트릭의 기묘함 등....
명작으로서의 필요조건을 전혀 갖추지 않았음에도 미스터리매니아들에게 읽혀지고 또 다시 읽혀지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러한 답을 너무도 묘한 방식으로 도출해준 시대를 초월한 페이소스가 환상의 여인에겐 고스란히....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못하게 하는 서스펜스마저도 우울함과 가슴한쪽을 답답하고 애잔하게 만드는 고도의 테크닉....
DNA분석에서부터 CCTV,미디어등을 사용하는 오늘날에서의 기술로도 도저히 억누를수 없는 탁월한 설정은 감히 미스터리 역사의 가장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해도 과언은 아닐듯....
결국 오늘날의 우리가 미스터리에서 찾으려하는 모든 보상을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이 작품은, 그 작품의 모든것이 함축되어있는 이 '환상의 여인'이라는 제목만으로도 그 영원불멸의 가치를 부여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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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인간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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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하드보일드류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결말부란....
(본격물이 간과하거나 생략해버리는)복잡한 심리묘사와 어찌보면 장황하기 그지없는 등장인물간의 대화서술 등을 이겨냈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치고는 사실 그 정도가 약하긴 하렸다....
언론과 평단의 과도한 찬사에 주눅이 들어버린 독자는 더더욱 맥도널드라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쉽게 몰입하기 힘든것이니(해밋이나 챈들러는 일단 시작이 편하니 열외라봐도 무방하겠음....피의수확과 거대한잠만큼 읽기쉽고 뒷끝없는 하드보일드도 사실 이젠 드물다)....
그러나....
현대 가정사회의 붕괴를 철학적 방법으로 서술한 논문을 한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깨끗이 잊으시오....
복잡한 철학적 사색도 필요없고, 레퍼런스를 뒤질 필요도 없고, 단서를 노트해갈 필요도 없소....
그런건 하드보일드 중 단연 최고며 본격물을 합쳐도 그 순위가 크게 변할 것 같지 않은 맥도널드의 '마지막 반전'을 즐기기에 너무도 하찮은 것들이니....
그 '마지막 반전'이야말로 범인체포에서 끝나는 형이하학적 목적이 아닌....
맥도널드가 그리고자했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아름다움....
'쉽게' 다가가면 갈수록 더 진하게 얻을 수 있는 맥도널드의 진한 향기를 느껴보시길....


영원히 땅으로 땅으로 침잠해가는 인간 본성의 타락과 회복의지의 절규를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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