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하인간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일반적 하드보일드류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결말부란....
(본격물이 간과하거나 생략해버리는)복잡한 심리묘사와 어찌보면 장황하기 그지없는 등장인물간의 대화서술 등을 이겨냈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치고는 사실 그 정도가 약하긴 하렸다....
언론과 평단의 과도한 찬사에 주눅이 들어버린 독자는 더더욱 맥도널드라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쉽게 몰입하기 힘든것이니(해밋이나 챈들러는 일단 시작이 편하니 열외라봐도 무방하겠음....피의수확과 거대한잠만큼 읽기쉽고 뒷끝없는 하드보일드도 사실 이젠 드물다)....
그러나....
현대 가정사회의 붕괴를 철학적 방법으로 서술한 논문을 한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깨끗이 잊으시오....복잡한 철학적 사색도 필요없고, 레퍼런스를 뒤질 필요도 없고, 단서를 노트해갈 필요도 없소....
그런건 하드보일드 중 단연 최고며 본격물을 합쳐도 그 순위가 크게 변할 것 같지 않은 맥도널드의 '마지막 반전'을 즐기기에 너무도 하찮은 것들이니....
그 '마지막 반전'이야말로 범인체포에서 끝나는 형이하학적 목적이 아닌....
맥도널드가 그리고자했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아름다움....
'쉽게' 다가가면 갈수록 더 진하게 얻을 수 있는 맥도널드의 진한 향기를 느껴보시길....
영원히 땅으로 땅으로 침잠해가는 인간 본성의 타락과 회복의지의 절규를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