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노우에 아레노의 작품 <돌아오지 않는 고양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이윤기 감독의 전작 <멋진 하루>의 두 주인공 간의 분위기를 좀 더 공간적인 제약에 좀 더 차분한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그런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내의 해외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몰고 가는 차 안에서 일상의 대화가 거의 10분간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그리 큰 파장을 그리는 영화가 아닌 잔잔함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가 '나 나가기로 했어. 마음 정했어. 자기하고 헤어지기로'라는 말로 그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킵니다.
이어지는 장면은 며칠 후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의 집 안...여자는 나가기 위해 짐을 꾸리고 남자는 이에 전혀 관여 안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도 않은 채 간간히 짐 꾸리는 것을 도와주고...
그러고 보니 두 주인공의 감정이 솔직하게 전면에 드러나는 장면은 영화 끝날 때까지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감정이 주변 사물이나 화면에 보여지는 분위기 등으로만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왜 헤어지려고 하는지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고 있지 않은 이 영화는 철저하게 지금에 충실합니다. 지금 이별을 진짜 맞이하려는 이 부부에게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아있을지...있다면 어떤 모습의 사랑일지...
떠나려는 윗층의 아내와 이를 담담히 바라보는 아랫층 남편...그러나 당장은 그런 아내를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폭우라는 배경과 비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고양이...
영화는 정말 이 부부가 헤어질지 안 헤어질지 결말을 유보한 채 회상 장면 하나 없이 그렇게 현재만을 비춥니다.
현빈과 임수정이라는 두 배우만으로 거의 이끌어가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런 출연배우의 단조로움을 그나마 탈피하고자 감독의 이전 작품 <여자, 정혜>의 주인공이었던 김지수가 고양이를 찾아 집으로 들어와 한 바탕 수다를 펼치고 가는 여자 역을...<멋진 하루>에서 떠벌이 같지만 그 속에 진실함을 담고 있는 주인공을 잘 표현한 하정우가 이 영화 속에서 아내의 새로운 연인으로 전화 목소리로만 우정 출연하여 약간의 변주를 주고 있습니다.
내용 전개에는 그냥 보기에 공감하기 힘든 정서적 흐름이 이어지지만  최근작 <시크릿 가든>과 <김종욱 찾기>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한 두 배우의 아주 자연스러운 내면 연기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