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아주 일찍부터 구상했다는 이 영화는 인간의 무의식과 차원, 꿈과 현실 그리고 누군가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빼내오기도 하고 주입하기도 할 수 있다는 그리고 꿈 속의 꿈, 또 그 꿈 속의 꿈을 설계해서 들어가 의도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그의 이전 영화들의 캐릭터와 이야기의 특징만을 모아놓은 한 편의 종합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때처럼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단순 블록버스터의 틀을 넘어 무게를 주고...10분의 단기 기억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메멘토>에서 주인공의 기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조되지만 자신은 그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인썸니아>에서 심한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동료를 죽인 그 사고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구별 못하는, 죄책감과 심리적인 압박감에 휘감긴 채 살인자와 대결해야 하는 도머의 모습...진실마저 완벽하게 가리고 속이는 마술로 우리가 보는 것,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역설했던 <프레스티지>...
 

여기에 우리가 이전에 보았던 다른 감독의 영화들의 이미지나 내용이 겹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영화의 큰 흠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가 이 영화에 쉽게 접근해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창조되는 꿈의 영역은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가상의 공간과 무엇이 다른지요?
심지어 한 때 무의식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주인공과 능력을 모두 소진하고 매트릭스와 현실세계의 중간계를 떠돌았던 네오의 모습은 흡사하지 않은지요?
영화 전체적으로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주인공이 극복해야만 하는 아내의 환영(?)은 <셔터 아일랜드>에서 익히 우리가 경험한 바입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 두 영화의 남자 주인공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를 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뛰어난 연출력을 보이는 장면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 예로 영화 전체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각 꿈 사이에 물리적인 시간의 차이가 있다는 기본 설정으로 꿈에서 꿈으로 또 꿈에서 꿈으로...이런 식으로 네 개의 각기 다른 꿈의 층을 하나의 연속 선상에서 편집한 것...꿈을 꾸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에 겹쳐지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무엇보다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장시간의 영화가 모두 한 순간의 꿈이였는지 아니면 정말 주인공이 바라던 현실로 돌아온 것인지 알아서 영화를 마무리하라는 열린 결말에서 감독에게 약간 허를 찔린 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것과 비슷한 분위기의 결말로 이미 <1408>이라는 영화가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색다른 느낌이 든 것은 넘어질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진짜 넘어졌는지는 알 수 없는 추의 불안한 흔들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주 예전에 <메멘토>의 시간 역순 편집에 그 내용을 따라가느라 개인적으로 힘겨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영화가 그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한 것은 아니라 편히 즐기며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