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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버리기 연습 - 100개의 물건만 남기고 다 버리는 무소유 실천법
메리 램버트 지음, 이선경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쉽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한 제목. '물건 버리기 연습'
유독 '버리기'에 소질이 없는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의미부여하기의 달인이기도 하다.
덕분에 작가가 말하는 지금 당장 내다 버려야할 리스트에 모두 포함되어 심하게 공감하고 말았다.
공감보다는 자책이랄까.. ;; 지금 이 순간 주위를 둘러보아도 꽉꽉 들어찬 나의 '추억의 흔적'들이 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러다가는 정말 잠식당하겠구나- 라고 느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버리기.
'도대체 얼마나 쿨~ 한 사람이어야 자신의 소중한 시간, 기억, 추억, 그것을 심지어 형상화 하고 있는 물건- 을 버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왔다.
내게 버린다는 것은 곧 그것이 부정하다는 의미이고 나쁘고 변질되어진 것을 마지막 순간에 겨우 놓아버린다- 라는 의미였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비단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과 만나는 데에 있어 시작보다는 맺음을 힘들어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놓지 못하는 자세는 삶을 더디게 한다.
메리 램버트는 영국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 (이런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 이며 풍수지리 전문가라고 한다. 책의 내용에도 자신의 직업을 잠시 소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공간에 기가 흐르고 있으며 들어오는 기와 나가는 기가 원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물건들에도 자기장같은 기가 흐르고 있어서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옛날의 추억을 꼭 끌어안고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올 공간을 찾지 못해 순환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시간과 공간을 새로이 하여 삶을 재정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그녀의 주장은 끌려다니지 않는 삶, 나의 의지에 따라 걸어 나가는 삶을 지향하기 위해 반드시 터득해야할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어수선한 나의 공간이 정겹다고 핑계댄 적이 있다.
또.. 정리의 여왕인 엄마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지도록 감탄스러우면서도 이것은 나의 영역을 벗어난 일,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왔고- 정리를 잘 하는 사람들에 대해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감탄에서 그쳤지 내가 어떻게 해보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나름대로는 정리하고 있고, 내게는 모두 필요한 물건들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들춰보고 활용하고 사용할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책의 처음부터 못박듯 강조한 '물건은 정리보다 버리기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이제는 알겠다.
버려야만 채워질 수 있고, 비워야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으며 물질적인 소유에서 벗어나야만 정신적인 여유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매우 아이러니한 점은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 수많은 설문 조사들 중 '나는 물건을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가' 나 ' 나는 정서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물건을 간직하는 사람인가' 에 대해 매우 높은 점수를 보인 반면 '다음 물건 중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물건은?' 이라는 설문의 결과는 정 반대로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다' 라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100개만 남기고 정리하기의 도전 수행이 쉬울꺼라는 결과..
흐음.. 도대체 이 양면성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 것일까?
나의 물건을 100가지로 정리해보자는 메리 램버트의 제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묶음의 개념을 두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였으나 그럼에도 100개는 많은 숫자가 아닌 것이다.
한 자릿 수를 넘지 않은 소유물로 살아낸 마하트마 간디가 떠올라 고개가 절로 떨궈지지만 내 눈앞에 들어오는 물건의 수만 해도 100개가 넘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같은 패턴의 솔루션을 반복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던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 이를테면 세가지 종류의 봉투를 준비하여 1. 친구들, 중고마켓 2. 재활용 3. 쓰레기- 등으로 분류하여 정리한다는 식의- 가 나중에는 점점 인식이 되면서 가장 간단명료한 솔루션임을 인정하게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수많은 이유를 붙여 다시 넣어두고 쌓아둘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다, 며칠 만의 정리는 무리가 있다. 저자도 종목별로 1,2개월 혹은 그 이상의 소요시간을 두어 생각날때마다 정리하기를 권한다. 혹여 기간이 더 걸린다 해도 더이상 미루지 않고 반드시 시작해야할 '물건 버리기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도한 소유물, 물질적 욕망을 벗어난 생활은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멈춰 선 순간 자신에게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이제 무얼 하며 인생을 살아야 할까?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이지?" 하고 말이다.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하며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자. 온몸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하루하루 내 실존을 제대로 인식하며 살아가자.
나와 같은.. 정리에 취약하고 버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
물건 버리기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