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하우스
캐슬린 그리섬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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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 장을 열어 밤을 지새게 한 또 한 권의 책.

캐슬린 그리섬의 <키친 하우스>

 

이 책을 쓰게된 시작이 놀랍기 그지없는데 작가가 남편과 농장을 살피러 가던 중 그녀 눈 앞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벌어진 생생한 장면들에 바로 책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표현했다. 그러한 경험을 두고 '책을 쓰기 위한 도움', '함께 해주어 기쁘다' 등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것이 전혀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 뿐더러 작가가 보았다는 그 엄청난 광경을 전제로 책을 읽으며 그 내용에 더욱 깊숙히 빠져들게 된다는 점- 

 

남북 전쟁이 일어나기 전, 너무나 불공평한 삶을 살아야했던 노예들.

그런데 노예라고 모두 흑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볼 것이다.

우선 흑인들을 제외한 유색인종 중, 백인의 피가 섞인 - 물론 자의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겠으나- 흑인들은 자동적으로 노예가 된다. 그 문서를 주인이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으며 보상으로 문서를 돌려받게 되면 그들은 노예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대를 이어 불공평한 삶의 족쇄를 이어받아야만 했던 우리나라의 노비의 개념과 굉장히 흡사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백인 노예가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딱히 피부색을 두고 나눌 수 없었던 단일민족이었으나 서양은 그렇지 않아서 -하긴.. 인도도 어찌보면 단일민족이라 할터인데 그들의 상하관계를 빼놓으면 안되겠다. 예외라고 두고- 우선적으로 피부 색을 기준으로 구분지었으며 그 때문에 우리는 노예하면 흑인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집안의 사정으로 노예 계약을 맺어 키워지고 일해야하는 백인들이 있었으니 이 역시 우리나라의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순간에 나라의 노비로 전락하여 극과 극의 삶을 살아야했던 사람들이 있지 않았던가-

이 책에서 나오는 작고 어린 백인 여자아이는 부모를 잃고 오빠를 잃고 빅 하우스에 오게 되고 키친 하우스에서 키워진다. 집 안에 도움이 되는 아이가 되려면 노예들이 하는 일을 함께 해야하고 그렇게 노동 계약하에 키워지는데, 그럼에도 아이의 피부가 희기 때문에 받는 또 하나의 차별은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앞에 황망해 할 때 정작 덤덤히 받아들이며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흑인들의 모습이 독자의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려 댈 것이다. 백인이기에 뭇 사람들의 동정의 시선을 받고 백인이기에 교회에서도 앞자리에 앉는 등의 차별을 받는 아이, 라비니아. 아이 입장에서의 이러한 역차별이 주는 감정은 결코 기쁨이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이다. 괴로움에 시달리다 못해 흑인이 되고싶다고, 가족의 진정한 구성원이 되고 싶다며 사회가 만드는 이질감을 해결해보고자 울부짖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삶, 사랑, 그 본질적인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삶을 만나보자.

빅 하우스에서 백인인 친할머니께 직접 교육을 받고 자란 영아, 검은 피부의 벨. 

아버지의 재혼으로 키친하우스로 거처를 옮긴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는 백인 아버지.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도 아버지로 따르고 사랑하는 딸임에도 자신의 문서를 달라고 얘기해야하는 노예의 신분이다. 또한 그녀에게 문서를 내어주면 곧 집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뜻이기에 매 해 미루고 또 미루는 아버지는 그녀를 위해 신랑감을 알아보고 미래를 준비한다. 같은 집에서 키울 수 없어 키친하우스로 보내고 주인 집을 위해 음식을 해야하는 노예의 삶을 살리면서도 함께 일하는 흑인들 중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백인 아버지는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홍길동이 따로 없지 않은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딸,

집에만 돌아오면 그런 딸에게 달려가 선물을 사다 안기는 아버지-

그런 남편의 애정행각이 새로 온 어린 부인의 눈에 곱게 비출 리 없고

그 애정을 남녀의 부정으로 확신하며 한 평생 본인은 물론이오, 주변의 다른 모든 이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 

 

욕하면서 배운다 했던가-

대를 이어 똑같은 방법으로 이어지는 이상한 역사,

이 옳지 못한 관계의 피해자는 여인이다.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 따위는 부여받지 못한 노예다.

상에 반해 자신을 주장하기 어려운 아이들이다.

힘으로 이길 수 없는 가련한 존재의 눈물은 흘러도 흘러도 그칠 줄을 모르고 고통의 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주인과 노예의 부당함을 넘어 남자와 여자의 불평등한 관계는 언제나 고통스러운 여인들의 타들어가는 가슴, 그리고 마땅히 축복받아야할 새로운 무고한 생명이 이어받는 죗값으로 남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또 한 번 진저리를 치며 보게된다. 아픈 가슴으로 책을 읽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독자의 무력감이 과연 그들의 고통에 만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벨과 라비니아, 세상의 여인들의 딸들- 아들들이 살아간 자취를 책 한 권에 담아낸 작가 캐슬린 그리섬.그녀의 책을 접하는 독자라면 감탄을 금할 수 없을 것이며 특히 희노애락이 모두 녹아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더더욱 사랑받는 책이 될것임을 확신한다.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를 손으로,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느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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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버리기 연습 - 100개의 물건만 남기고 다 버리는 무소유 실천법
메리 램버트 지음, 이선경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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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쉽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한 제목. '물건 버리기 연습'

유독 '버리기'에 소질이 없는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의미부여하기의 달인이기도 하다.

덕분에 작가가 말하는 지금 당장 내다 버려야할 리스트에 모두 포함되어 심하게 공감하고 말았다.

공감보다는 자책이랄까.. ;; 지금 이 순간 주위를 둘러보아도 꽉꽉 들어찬 나의 '추억의 흔적'들이 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러다가는 정말 잠식당하겠구나- 라고 느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버리기.

'도대체 얼마나 쿨~ 한 사람이어야 자신의 소중한 시간, 기억, 추억, 그것을 심지어 형상화 하고 있는 물건- 을 버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왔다.

내게 버린다는 것은 곧 그것이 부정하다는 의미이고 나쁘고 변질되어진 것을 마지막 순간에 겨우 놓아버린다- 라는 의미였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비단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과 만나는 데에 있어 시작보다는 맺음을 힘들어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놓지 못하는 자세는 삶을 더디게 한다.

메리 램버트는 영국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 (이런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 이며 풍수지리 전문가라고 한다. 책의 내용에도 자신의 직업을 잠시 소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공간에 기가 흐르고 있으며 들어오는 기와 나가는 기가 원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물건들에도 자기장같은 기가 흐르고 있어서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옛날의 추억을 꼭 끌어안고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올 공간을 찾지 못해 순환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시간과 공간을 새로이 하여 삶을 재정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그녀의 주장은 끌려다니지 않는 삶, 나의 의지에 따라 걸어 나가는 삶을 지향하기 위해 반드시 터득해야할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어수선한 나의 공간이 정겹다고 핑계댄 적이 있다.

또.. 정리의 여왕인 엄마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지도록 감탄스러우면서도 이것은 나의 영역을 벗어난 일,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왔고- 정리를 잘 하는 사람들에 대해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감탄에서 그쳤지 내가 어떻게 해보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나름대로는 정리하고 있고, 내게는 모두 필요한 물건들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들춰보고 활용하고 사용할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책의 처음부터 못박듯 강조한 '물건은 정리보다 버리기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이제는 알겠다.

버려야만 채워질 수 있고, 비워야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으며 물질적인 소유에서 벗어나야만 정신적인 여유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매우 아이러니한 점은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 수많은 설문 조사들 중 '나는 물건을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가' 나 ' 나는 정서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물건을 간직하는 사람인가' 에 대해 매우 높은 점수를 보인 반면 '다음 물건 중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물건은?' 이라는 설문의 결과는 정 반대로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다' 라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100개만 남기고 정리하기의 도전 수행이 쉬울꺼라는 결과..

흐음.. 도대체 이 양면성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 것일까?

 

나의 물건을 100가지로 정리해보자는 메리 램버트의 제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묶음의 개념을 두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였으나 그럼에도 100개는 많은 숫자가 아닌 것이다.

한 자릿 수를 넘지 않은 소유물로 살아낸 마하트마 간디가 떠올라 고개가 절로 떨궈지지만 내 눈앞에 들어오는 물건의 수만 해도 100개가 넘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같은 패턴의 솔루션을 반복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던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 이를테면 세가지 종류의 봉투를 준비하여 1. 친구들, 중고마켓 2. 재활용 3. 쓰레기- 등으로 분류하여 정리한다는 식의- 가 나중에는 점점 인식이 되면서 가장 간단명료한 솔루션임을 인정하게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수많은 이유를 붙여 다시 넣어두고 쌓아둘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다, 며칠 만의 정리는 무리가 있다. 저자도 종목별로 1,2개월 혹은 그 이상의 소요시간을 두어 생각날때마다 정리하기를 권한다. 혹여 기간이 더 걸린다 해도 더이상 미루지 않고 반드시 시작해야할 '물건 버리기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도한 소유물, 물질적 욕망을 벗어난 생활은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멈춰 선 순간 자신에게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이제 무얼 하며 인생을 살아야 할까?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이지?" 하고 말이다.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하며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자. 온몸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하루하루 내 실존을 제대로 인식하며 살아가자.

 

나와 같은.. 정리에 취약하고 버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

물건 버리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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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 아시아.미국편 - Fly to the art, 예술과 문화사이에서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시간산책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차문성 지음 / 성안당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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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TO THE ART

예술과 문화사이에서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시간산책.

..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참 잘 지어진 문구다.

저자가 대한항공에 현직으로 몸담고 있고 수많은 항공여행을 통해 다른 이들보다는 많은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Fly to the art 라는 말이 그와 이 책에 매치가 잘 된다고 느껴지나보다. 박물관 미술관학을 전공한 그는 그의 열정을 문화재와 미술에 아낌없이 쏟아부었고 이러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이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세계의 여러나라에서의 우리문화와 문화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다뤄지는지를 알아야한다. 찬란한 아시아의 문명을 서구문명을 쫓기 급급한 사람들로 만들어 스스로를 퇴화된 민족인양 인식시켜버린 오욕을 씻어내기위해는 아시아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조금더 앎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누가 역사와 문화, 예술의 흐름을 떨어뜨려 생각하겠는가- 올바른 역사관과 문화재에 대해 잘 알아두기 위한 중요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 시작하여 타이베이,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인도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함께 엮어 간단하지만 정확한 자료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는 저자 스스로 자신의 사진찍는 기술이 부족하여 고민하다가 우연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그 상황들에 대해 처형이 직접 손으로 스케치한 그림을 싣게 되었다는 점이다. 조금 더 운치있고, 무게있고, 지루하지 않은 느낌?! :) 

저자는 시작부터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야말로 돌직구. 그러나 욕만 하고 불편해할 줄만 알았지 직접 야스쿠니 신사의 내부나 전경이 어찌 생겼고 어떤 의미로 만들어졌으며 누구에 의해 유지되어왔는지 등을 깊이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결국 책을 통해 처음으로 폭풍의 눈에 접근한 기분이었다. 일본의 얼그러진 욕망이 가득 담긴 곳. 야스쿠니 신사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데에 또 한번 고개를 끄덕여본다.

그런가하면 외국인의 활약을 빼놓고는 자국의 문화재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려운 인도네시아의 미술관들을 살펴본다. 마치 간송 서재필 선생을 보는 듯, 발리 태생의 교사 출신 수뜨자 네카에 의해 지어진 네카 미술관은 그의 애국심이 뭍어나는 곳인데 발리미술을 복원하기 위해 미술관을 설립했다고 하니 그 정성과 열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시아 문화기행이어서일까, 유럽의 문화재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여러 나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불상은 그럼에도 모든 조각상이 다른 느낌을 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불교조각실<을 따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데 각 불좌상들이 갖는 특이성은 만들어진 연대와 사람, 나라와 신념까지도 유추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미국의 MoMA를 독일 베를린에서 건물을 휘감아 두른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관람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 의 열매라고까지 느껴지는 MoMA의 취지는 창조의 예술가와 심미안을 가진 후원가, 그리고 그것을 보아 마땅한 관객들의 균형이 뒷받침하고있다. 새로운 미술관의 정의와 기능을 실천하는 기부식 문화재 전시관인 MoMA. 벽 한 면을 메운 폴락의 그림이 주었던 감각이 또렷하게 되살아나는 지금이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로 향한다. 마침 친구가 살고 있는 텔아비브, 성서에 나온 곳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나라 자체가 박물관이라 할 수 있겠다. 텔아비브에서 예수살렘으로, 그리고 골고다 언덕의 성분묘 교회안으로 들어서서 카톨릭 신자와 개신교, 정교회 신자들이 구석구석 앉아 예를 올리는 것에 대한 감상으로 예술기행의 끝을 맺는다. 

그 분의 발자취의 10분의 1이나 함께 했을까? 가만히 앉아서 얻게된 소중한 지식과 정보에 감탄해마지 않을 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속편은 .. 아프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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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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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사 권희정

철학에 정진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면서도 그들이 우리들과 함께하리라 생각치 않는다.

그것은 저 멀리에 있는 고귀한 신념이며, 삶에 찌들어 매일의 챗바퀴에서 달려야하는 우리가 향유하기에 어려운것이라 단정짓는다.

저자 역시 교사생활을 하면서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철학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할 때 이제껏 단 한 번도 다른 대답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단 한번도. 라니.. 그 유일무이한 대답은 '소크라테스' 였고 용케 답을 한 그 학생마저도 자신있게 외친 이름 이외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족적을 남겼으며 철학이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어떠한 기초지식이 없었다는 것에 주목해보아야 할 것이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왜 하필 저 단어여서 사람을 이렇게 작아지게 만드는걸까? ㅎㅎ

우리가 아는 내노라하는 철학자들이 한 일은 사람이 살면서 생기는 질문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해서,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답을 하려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들이 고민한 질문은 사람이라면 갖게되는 질문들이기에 세월이 흘러 현대에 와서도 우리는 같은 질문에 대해 고심하고 애를 쓴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의 정의로운 사회와 가치있는 삶에 대한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뜨겁게 달궈져 서로의 손을 오가고 있다. 어쩌면 당시에 불편함을 외면하고자하는 사회가 그를 사형시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더이상 그런 식의 집행이 불가능하니 우리는 불편함을 숨겨야 하며 나아가 더이상 눈감는 것으로 외면할 수 없는 사회의 화두임을 알고있다.

 

1.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다. -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질문들

2.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인류와 문명에 관한 물음표

3. 문명은 진보하고 있는가 - 역사를 만드는 일곱가지 코드

4. 정치가 인간사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 인본주의와 권력의 함수관계

5.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 철학의 이유

6. 충돌인가, 공존인가 - 동양과 서양, 야만과 문명, 질서와 무질서의 변주

 

우리에게 주어졌던 시대의 물음에 대해, 역사적으로 대두되었던 질문에 대해 저자는 총 여섯가지 분류로 나누어 총 36권의 책을 소개한다. 감히 이 한권으로 맛보는게 황송할만큼 굵직한 고전과 명저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저자의 글은 화려하거나 장황하지 않다. 놀랍도록 담백한 나열은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단 역사의 흐름이 명쾌하게 정리된다. 몇 페이지 안되는 분량임에도 당시의 시대상황과 소개하고자 하는 학자의 논리가 어떤 발단으로 꽃을 피우게 되었으며 무엇을 주장코자 하는지 자연스럽게 녹아내어 독자가 부담없이 마주할 수 있게 하였다. 마무리는 해당 도서의 저자에 대한 설명과 책, 그리고 함께 추천코자 하는 다른 한 권의 책. 왜 저자 권희정을 두고 EBS 최고의 교사, 선생님께 강의하는 선생님이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한다. 보통 내공으로는 엮기 어려웠을 무게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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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블록 (핸드북) - 당신의 창의력에 불을 붙여 주는 500개의 아이디어
루 해리 지음, 고두현 옮김 / 토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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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창의력에 불을 붙여주는 500개의 아이디어 - 크리에이티브 블록

손안에 들어오는 콤팩트 사이즈로 포터블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곁에 두고 자신의 창의력을 자극시켜보자는 취지의 핸드북이다.

자신의 동생이 야구선수들의 사인을 모으고 있을 때, 본인은 당시 읽고 있던 책의 저자들에게 편지를 써서 사인을 부탁했다며 친절하게 답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작가 루 해리.

작가 이력만 읽어봐도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쓰고, 또 공동집필한 여러권의 책은 이미 백만권 이상 팔려 나갔고, 현재 <Indy Men's Magazine>의 편집장이며 수많은 잡지 기사를 썼다고 한다. 그런 그의 조언이 필요하거나 그를 초청하기를 원한다면 그의 이메일로 연락하라는 짧고 굵은 소개글.

그래, 어디 한 번 그의 500가지 아이디어가 나의 창의력에 열기를 더해주는지 알아보자며 펼쳐든 책은 여백의 미를 한껏 살렸거나, 글자 크기로 작가의 톤에 강조의 색을 입히거나 혹은 재치있는 사진으로 글 외의 감각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머리가 멈춘것 같이 답답할 때 아무 페이지나 열어 소소하고 다양한 자극의 침을 맞듯 감각이 일깨워질 수 있는 책이랄까. 내 마음에 더욱 들었던 또 한 가지는 그저 한글로 번역해놓은 것 뿐만 아니라 그 아래 작가의 언어, 작가가 선택한 어휘를 우리가 놓치지 않고록 그대로 담은 것이다. 우리말, 그리고 영어 본문. 사진과 다양한 크기의 활자, 글꼴, 배치- 이 모든것이 감각을 깨우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당신이 구입한 사진틀에 딸려서 온 사진을 기억해 보라- 난 실제로 그 딸려온 사진이 좋아서 내 사진을 넣지 않고 보고 있는 액자가 있다. ㅎㅎ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저자는 그 사진 속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덧붙인다. 이러니.. 어찌 창의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

 

어떤 일을 처음으로 배웠던 순간을 상기해 보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제안인지!

그 미묘하고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감각들을 일순간 소환해내는 주문과도 같아서

함께 실린 사랑스러운 사진이 아니라해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연주곡을 골라서 크게 틀어놓고, 바닥에 누워 눈을감는다.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둔다.

 

라는 페이지가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답답한 큐브 속에 옴쭉달싹 못하는 기분이 들 때 언제 어디서든 펼쳐들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

크리에이티브 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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