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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책이다. 마이클 무어는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들을 신랄하게 조롱한다. 마이클 무어는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을 통해서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이 책과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는 누군가를 놀리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이클 무어는 이 책에서 미국의 유력한 현직 정치계, 재계 인물들을 상대로 때로는 마구 꾸짖어 가며, 때로는 살살 약올려가며 그들의 폐부를 통쾌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조지 부시에 대한 조롱인데, 사실 지난 미국 대선에 대한 티비 뉴스만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조지 부시의 자리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잘 알 것이다. 몇 개월 전에는 지난 대선에서 부시와 대결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미국에서는 그 사실 자체로 조지 부시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준 것으로 본다고 한다.
지난 대선의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지 부시 또한 다음 대선에서 앨 고어를 상대로 잡음 없는 승리를 일구어 내려고 맘먹고 있었지만 앨 고어가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조지 부시에게 그 기회를 영원히 빼앗아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튼 조지 부시는 이 책 내내 멍청한 백인들의 수장으로서 갖은 모욕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 마이클 무어는 조지 부시가 어른 수준의 문자 해독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즉 문맹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전과 3범인 조지 부시의 과거도 통쾌한 놀림거리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의 조롱은 단순히 조롱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끊임없이 미국의 주류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어떻게 환경과 경제 정책 등을 왜곡시켜 왔는지 고발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현 부시 행정부의 주요 정책 입안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미국의 대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또한 집권당인 공화당은 거대 방위산업체와 에너지 기업을 최대의 후원자로 두고 있다. 그 다음은 뻔하다. 방위산업체와 에너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신무기를 개발. 사용해야 하고, 에너지 절약과 같은 친환경정책과는 담을 쌓아야 한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단순히 미국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 현재 지구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막가파식 정책들은 전지구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기오염배출 국가인 미국이 수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것은 자국 기업의 이익보호 때문이었다. 그러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미국 주류층의 모습들은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나라의 주류층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마이클 무어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점이 없다면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을 비판하는 대목은 우리나라의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비교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결국 지배층은 똑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들을 대표라고 선출해놓은 우리 일반 시민들은 앉아서 당하고만 있는셈이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잊지 않고 제시해준다.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라. 정치인들은 결국 우리의 투표에 목을 걸고 있으므로.
이 책은 친절하게 책 가장자리에 미국인이 아니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을 간단하게 설명해 놓아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미국문화에 대해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마이클 무어가 책의 여러 부분에서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사건들을 패러디 방식으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전 미국인들이 넋을 빼놓고 바라보았던 고속도로의 달리는 브롱코'는 OJ 심슨 사건 당시 심슨이 자신의 포드 브롱코 차량을 타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는 것이 방송사의 헬기 촬영으로 생중계 됐던 일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당시 그 사건을 계기로 포드사의 묵직한 SUV모델인 브롱코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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