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마케팅하라 - 돈이 되는 소셜미디어
박희용 지음 / 정보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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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에 다녔을 적에 교정 업무와 더불어 SNS 홍보를 담당했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재미있었으나 어디에 어떻게 언제 올릴지는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그때 회사에서 SNS 홍보를 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어서 더 어려웠다.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할 사람도 없었다. 작은 회사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조금 더 시스템이 잘 이루어져있고, 나 또한 더 아는 점이 많았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리뷰어스 클럽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꼭 읽어보고 싶었다. 다음 회사에서 SNS 마케팅을 하게 된다면 그때보다 더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이 책은 너무 두껍지도 않고 너무 얇지도 않은 적절한 두께로 내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이 책의 장점은 무작정 줄글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왼쪽에 글이 있으면 오른쪽 페이지에서 인포그래픽을 통해 한 번 더 정리를 해준다. 그래서 설령 앞에서 이해를 못했더라도 그림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읽기가 편하다보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꼭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도 많았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격이다.

고객 참여 유도 소셜미디어 이벤트

1. 해시 태그 이벤트

2. 인증샷 이벤트

3. 댓글 이벤트

4. 퀴즈 이벤트

5. 공유하기 이벤트

6. (디자인) 응모 이벤트

7. 아이디어 모집 이벤트

8. 캠페인 이벤트

9.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

나 같은 소셜미디어 초짜에게는 이런 식으로 뚜렷한 방법을 알려주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 나중에 들어온 마케팅 사원 분이 말하시기를 이벤트는 무조건 쉬워야 한다고 했다. 위의 이벤트는 보면 참여하기에 그렇게 어려운 이벤트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잘 체크해 두고 나중에 꼭 해볼 법한 이벤트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다음으로 내가 공감이 갔던 내용은 바로 '365일 콘텐츠 다이어리 만들기'라는 부분이다. 확실히 계절마다, 분기마다 콘텐츠 다이어리를 작성해 놓으면 시기에 딱 맞춰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365일 콘텐츠 다이어리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365일 콘텐츠 다이어리 제작 과정

1. A4용지를 준비한다.

2. A4용지에 봄, 여름, 가을, 겨울 키워드를 적는다.

3. 또는 분기별(1/4, 2/4, 3/4, 4/4)로 구분한다.

4. 봄(3~5월)에 해당하는 메인 키워드를 적는다. 고객의 관점에 키워드를 선별하고 해마다 반복되는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기껏해야 며칠 정도 분량의 계획만 준비했던 나로서는 부끄럽게도 센세이션한 방법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다음 번에는 좀 더 폭넓게 계획을 짜고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전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도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다.

다음은 '웹사이트'에 대한 부분이다. 왜 이 글에서 이 부분을 꼭 집었냐고 한다면 웹사이트가 여타 다른 SNS에 비해 쓸모 없어 보일지라도 저자의 말마따나 웹사이트는 회사의 심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전 회사는 웹사이트가 없었다. 출판사의 크기를 떠나서 많은 출판사들이 웹페이지가 있었다. 회사의 웹페이지는 보는 고객으로 하여금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회사가 체계성을 갖추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반면에 우리 회사는 웹사이트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점이 걸렸던 나는 네이버 '모두'로 홈페이지를 만들었었다. 설령 들어오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도 그렇게라도 해놓는 게 우리가 어떤 출판사인지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저자도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객들을 우리만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이정표 및 심볼이 필요하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웹사이트이다."

SNS는 콘텐츠의 유형이나 내용도 다양하기 때문에 고객들 입장에서는 회사의 모습이 한눈에 안 들어올 수도 있다. 이를 잡아주는 게 웹사이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객 입장에서나 그 회사를 들어가고 싶은 사람의 입장에서나 웹사이트는 꼭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쉬운 설명과 그림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다소 딱딱하고 정석적인 마케팅 저서가 싫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부담갖지 않고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또 다시 이 저자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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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전 -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하여
김버금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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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마음을 외면해 왔다. 나는 겁이 많았고 소심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려면 그런 내 마음을 외면해야 했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나는 '보통' 사람이 되고 싶었다. 꾸준히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안심하곤 했다. 나는 과거의 나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대개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마음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가 내 마음을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퇴사를 결심한 시기에 깨달았다. 쉼 없이 달려온 나는 내 마음이 이미 지칠대로 지치고, 곪을대로 곪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퇴사하고 난 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책 서평단도 여러 개 신청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수오서재로부터 좋은 책을 선물 받았고, 이 책은 그곳에서 주신 두 번째 책이다. 좋은 책을 만난 거 같아 받기 전부터 설렜다.

<당신의 사전>은 마음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특정 단어와 연관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새삼 내 마음이 자주 품는 '단어'에 무관심했구나 하는 사실이었다. 김버금 작가의 단어를 따라가며 나는 나의 마음을 돌이켜보았다.

서글프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동네에서 한 벽돌집에 붙여진 글씨. '여기 사람 삶'. '살고 있다'라는 말을 '삶'으로 줄인 것 같다고 작가는 얘기하는데, 바쁘게 가는 거리에서 이 글자를 놓치지 않는 그녀의 세심한 마음이 난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난 항상 빨리 걷곤 했는데 그 사이 얼마나 놓친 게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 세 단어에 서글펐다면, 나는 주변을 돌아볼 세도 없었던 내 마음이 서글펐다.

쓸쓸하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주로 느꼈던 감정은 '쓸쓸함'이었다. 또래 아이들처럼 친구들이랑 즐겁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없다는 '쓸쓸함'. 유독 나는 같은 반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정말 좋은 친구들은 있었지만 학교가 다르거나 반이 달랐다. 같은 반 친구들이 서로를 위해 생일 케이크를 사오고 축하해주는 동안 나는 내가 가질 수 없는 '장밋빛'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옷에 김치 국물을 묻히고 가도 반겨주는 친구. 마른 손에서 고무장갑 냄새가 나도 흉을 보지 않는 친구. 아무 때고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더분한 친구.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가 우연히 본 어머니의 일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도 간절히 바랐다. 나 자신을 꾸미지 않아도 항상 나를 반가워해주는 친구. 지금은 다행히 그런 친구들이 내 곁에 있어줘서 너무 감사하다. 화장을 하지 않고 가도 부끄럽지 않은 친구, 안경을 쓰고 가도, 편한 옷을 입고 가도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사랑하다

난 사실 오글거리는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친구들은 장난 삼아 사랑한다는 말을 가끔하곤 하는데 나는 그 말이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너무 부끄러웡). 그래도 난 내 가족들과 친구들을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그런가 새로운 '사랑'에 대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구골만큼 사랑해.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를 닮은 아이가 있다는 것. 나를 엄마, 라고 부른다는 것. 두 팔을 벌리면 뛰어와 내게 안긴다는 것. 온몸으로 안긴다는 것. 내가 지은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내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그 이름으로 살아갈 거라는 것. 그 아이가 온몸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 사랑은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랑이다. 그저 막연히 상상만 할 뿐. 하지만 알고 싶은 '사랑'이기도 하다.

괜찮다

내가 나 자신에게 가장 해주지 않았던 말 '괜찮다'. 완벽주의자 성향에 강박증까지 있는 나는 언제나 나에게 '더, 더'를 외쳐왔다. '이 정도로는 부족해'. 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완벽해야 한다는 심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괜찮다'라는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몰랐다.

완성은 완벽함이나 완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무사히, 끝까지, 지켜내는 데에 있으니까. 


이 말은 정말 내 마음에 깊이 박힌 구절이다. 그동안 나는 내 결과물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저 무사히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는 걸 이 구절을 통해 깨달은 거 같다. "괜찮아, 우리는 다시 괜찮아"라는 구절 또한 기억에 남는다.

당당하다

내 인생 모토가 '나쁜 짓은 하고 살지 말자'이고 그걸 잘 실천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나는 당당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근데 이런 생각이 어쩌면 나에게 무례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내가 입고 싶어서 사 옷들조차 마음대로 입지 못하게 함부로 말하는 나는, 나에게 가장 무례한 사람이었다.

무례한 나에게 당당해지는 일, 나를 사랑하기 위해 하는 매일의 다짐이다.


본디 나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그게 옳지 못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런데도 나 자신에게는 혹독했다. 너는 통통해서 원피스를 입으면 좀 그렇고, 너는 언제나 열심히 해야 하고, 쉬기 보다는 뭔가를 해야 하고. 남들에게는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말을, 나는 언제나 하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무례했다. 무례한 나에게 당당해지자고 이 책을 읽으며 다짐했다.

창피하다

나에게 '흉터'란 내 과거였다. 꽁꽁 숨겨둬야만 하는. 그런데 작가는 흉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흉터는 부끄럽고 창피한 흔적이 아니라 '그럼에도'의 흔적이다. 넘어져 다치고 부러졌을지라도 이렇게 잘 아물었다는 흔적. 그럼에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났다는 흔적. 


'그럼에도'의 흔적이라는 말이 정말 좋았다. 여태까지 내 흉터에 대해 내가 너무 부끄러워하면서 살았나? 싶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마치 위로해주는 말 같아서.

모른 체 외면했던 마음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너는 불안이구나.

너는 외로움이구나.

오랜만이야, 슬픔아.

모든 마음에게는 이름이 있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나는 마음에게 이름을 불러주고서야 알았다. 


지난번에 이어 수오서재한테서 따뜻한 위로를 선물 받은 기분이다. 그녀가 그녀의 마음들에게 이름을 불러주었던 것처럼 나도 이제 내 마음들에게 이름을 불러주어야겠다.

안녕, 슬픔아.

안녕, 기쁨아.

안녕, 불안아.

모두 오랜만이야.

*책을 제공해주신 수오서재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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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식당의 밤
사다 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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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 즐비한 우리 동네에는 딱히 '고유의 장소'라고 할 곳이 없다. 교재를 파는 동네서점은 있지만 그 외 카페나 가게는 대개 프렌차이즈 뿐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동네에 괜찮은 카페나 가게가 생겼다고 하면 꽤 부러워하곤 했다. 우리 동네에도 그런 고유의 장소가 생기면 좋으련만. 살기 편한 동네이기는 하지만 나만의 장소처럼 아늑한 곳은 딱히 없다. 그러다 보니 특이한 카페나 가게, 독립서점은 지하철을 타고 다른 동네로 이동해야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우연히 도쿄 변두리에 자리한 한 가게를 발견했다. 바로 <은하 식당의 밤>이라는 책을 통해서. 도쿄 요쓰기 일번가 한복판의 자리한 은하 식당은 카운터 석만 있는 선술집이지만 다양한 술과 안주, 그리고 은하 식당만의 포근한 분위기로 동네 주민들의 단골집이 된다. 거의 매일을 서로 얼굴을 보다 보니 점점 더 상대에게 정이 들어가는 동네 주민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한 할머니의 씁쓸한 고독사로 시작한다. 이 문장만 들으면 사회 비판하는 소설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할머니의 죽음은 아주 오래 전 한 영화에서 시작된다. 풋풋한 첫사랑부터 씁쓸하고 잔혹한 현실의 뒷면을 다룬 이 이야기를 통해 초중학교 동창인 테루, 헤로시, 붐은 말 한 번 나누어 보지 않은 그녀의 마음에 공감한다. 떨어져 있었지만 사실은 줄곧 함께 했던 연인의 끝. 둘이 함께한 <첫사랑 연인의 동반 자살>이라는 영화는 어쩌면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결말을 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소 상투적인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은하 식당의 분위기와 감미롭게 어우러져 더욱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다만 다른 단편들 중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먼저 2편인 <매달 배달되는 돈 봉투>는 마치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피해자가 관용을 베풀고 용서를 하는 건 절대로 누군가가 먼저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나카는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갚고자 매달 돈을 보냈는데, 피해자가 거절했음에도 계속 보내는 건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피해자인 시노가 용서하고 그의 손녀인 요시노가 다나카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부분은 아니지만 '용서'에 대한 좀 더 깊은 고찰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4편의 <서투른 사랑>은 어린 연인의 계획 없는 사랑에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특히 게이코가 일부러 돈을 통장에서 다 빼서 마사미가 훔쳐가기 쉽게 놓는 장면은 더욱 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야기의 결말도 그다지 감동을 주지 못했다.

5편 <요괴 고양이 삐이>의 경우 재즈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다도 오카다 선생이 자신의 오빠 데츠타로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악을 찾아달라고 가스오에게 의뢰하는 내용이다.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은 좋았다. 괴담 느낌이 물씬 풍겨서 좋았고. 다만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고, 데츠타로가 전쟁(특히 가미카제)에 참여하는 군인이다보니 전쟁 미화가 좀 있는 편이다. 역사에 예민한 편이라면 솔직히 말해 이 편은 보지 않고 넘어가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기대했던 편이었기에 제일 아쉬웠던 단편이었다.



1편 <첫사랑 연인의 동반 자살>, 3편<지독하게 운 없는 남자>와 함께 마음에 드는 편은 은하 식당 마스터의 이야기를 담은 5편 <첼로 켜는 술고래>이다. 마스터가 줄곧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 보니 읽으면서 더욱 즐거웠던 편이었다. 다만 이 이야기에도 마치 불륜을 너무 쉽게 넘어가는 느낌이라 그 점이 걸렸다. 불편한 부분을 덜어내고 충분히 더 감성적이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미소 된장국처럼 담백한 맛을 지닌 소설이라는 것. 편하게 읽고 싶은 일본 소설이 끌리는 날에는 은하 식당에 찾아가보자.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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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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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떡볶이를 먹다 보면 뜨끈한 어묵 국물이 땡긴다. 알싸한 음식을 먹은 뒤에는 자연스레 그 맛을 감싸주는 뜨듯한 국물이 끌린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어둡고 자극적인 책을 읽은 뒤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에세이가 땡긴다. 퇴사를 한 이후 줄곧 추리 소설만 읽던 나는 감사하게도 수오서재에서 제공해준 이 책으로 따스한 낮의 햇빛 아래서 군침이 도는 에세이를 읽을 수 있었다.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싱겁지도 않은 맛있는 책을.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왜 우리가 때로 국수 한 그릇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지 작은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라고. 나도 궁금할 때가 있었다. 간단한 음식인데도 왜 아련한 감정이 느껴지는지. 그 의문을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저자와 함께 깨달아 간 거 같다. 왜 빈 그릇 위로 여전히 내 추억이 머물고 있는지. 기억을 따라 왜 내 감정이 새삼 피어오르고 있는지도.

 

이 책은 '1. 그리움의 맛', '2 나를 일으켜 세운 순간의 맛', '3. 뜨거우며 짜고 달았던 시간의 맛'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나도 떠오른 기억이 있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인데 내가 추억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 좋았다. 그렇다면 나도 차례대로 나열해볼까? 그리움을 느끼게 만든 맛, 나를 일으켜 세운 맛, 잊을 수 없는 시간의 맛 순으로.

 

나에게 그리운 맛은 '초코 케이크'이다. 지금도 단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릴 때도 초코 케이트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초코 케이크를 만들어준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맛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행복했었다는 사실은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종종 엄마한테 다시 만들어달라고 조르고 있지만 안 해준다(시무룩...). 글쓰는 김에 다시 한 번 졸라보아야 겠다. 아무튼 다시 한 번 그때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초코 케이크는 내게 '그리움의 맛'이다.

 

엄마 얘기가 나온 김에 나도 저자처럼 비빔국수 얘기 한 번 해볼까. 우리 엄마는 비빔국수를 자주 만들어주는데 진짜 맛있다. 부족한 어휘력 탓에 맛을 세세하게 묘사하진 못하겠지만 적당히 매콤하고 적당히 짜서 좋다. 여기에다 만두나 해쉬브라운을 같이 먹으면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따라하면 맛이 없다. 언제 한 번 엄마가 나 해 먹으라고 비빔국수 재료를 준비해놓고 나간 적이 있었다. 그대로 큰 그릇에 비벼 먹었는데 면맛(...)밖에 안 나더라. 저자도 그런 모양인지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이 맛을 쫓아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비빔국수를 무던히 따라 했건만 여전히 내가 하면 맛이 나지 않는다."

 

분명 같은 재료인데 왜 그럴까? 라면도 그렇다. 내가 끓이면 그저 그런데 아빠가 끓이면 그렇게 맛있다. 어른들 만의 손맛이 있는 걸까...앞으로 나는 계속 엄마의 비빔국수, 아빠의 라면을 찾을 거 같다.

 

그런 의미로 '나를 일으켜 세운 순간의 맛'으로 라면을 꼽아볼까. 어릴 때 일요일 아침마다 신라면을 먹었는데, 아빠가 라면 먹자고 하면 못 일어나가도 벌떡 일어났다. 아빠는 정말 라면을 잘 끓였다. 지금도 그렇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 그대로 '나를 일으킨 음식'이다. 이런 영향 탓일까. 난 매운 걸 잘 못 먹는 데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우울한 날이면 매운 음식을 먹게 됐다. 그중에서도 난 짬뽕을 시켜 먹었다. 라면이 저자한테 몸과 마음이 아프면 찾게 되는 음식이었다면, 나는 짬뽕이 그랬다. 중학교 2학년, 아직도 기억난다. 내 생일날, 급식 시간에 같이 먹으러 갈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그 친구는 날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른 반 친구들과 밥 먹으러 가버렸다. 그날 나는 밥도 먹지 않고 조퇴했다. 엄마는 우울한 나를 위해 짬뽕과 탕수육을 시켜줬다. 그때 이후로 우울한 날에는 짬뽕을 먹게 됐다. 저자는 라면의 끈끈한 맛이 밤새 지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이상하게 그날 먹었던 매콤하고도 우울했던 짬뽕의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시켜준 짬뽕 덕분에 최악은 아닌 하루였다. 그래서 짬뽐의 그 맛은 '나를 일으켜 세운 순간의 맛'이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우울해 하면 엄마가 말한다. "짬뽕 시켜줄까?"

 

짬뽕이 내 우울을 달래주는 음식이라면 내 행복을 더해주는 음식은 '감자튀김'이다. 감자튀김이라고 하니 간단한 걸로 기분을 좋게 하는 구나 싶겠지만 난 정말 감자튀김을 좋아한다. 위에서 비빔국수랑 해쉬브라운이랑 같이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난 교회가 끝나고 오는 길이면 매번 햄버거 세트를 포장해왔다. 질릴 법도 한데 거의 한 번을 빼놓지 않고 사왔다. 하물며 지금보다 수중에 돈도 없었던 시절인데 돈을 아끼고 아껴 햄버거를 사먹었다. 오는 길에 콜라 한 모금, 감자튀김 하나 꺼내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감자튀김만 포장해온 적도 많았다. 그래서 감자튀김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의 맛'이다. 짭잘한 감자의 맛이 너무 좋다. 저자는 감자튀김을 '감자의 은은한 단맛, 기름의 고소함, 바삭한 식감'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표현이 딱 맞다. 그런데 나한테는 감자튀김은 '무척 간단한 음식'으로 여겨졌는데 요리사였던 저자한테는 집착에 가까운 정성을 쏟는 음식이 감자튀김이었다. 이래서 모든 음식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하나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고 있다고 했고, 에필로그에서는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숨겨진 추억들이 우리 머릿속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 기억나지 않는 요리들. 만약 그것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쩌면 기억하고 싶었던 이름들과 요리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을 빌려 '시간을 밀려나고 사람은 잊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의 사라지지 않은 기억을 찾아 떠나는 추억의 여행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의 제공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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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달콤한 휴식이 되어줄게 - 사랑스럽고 포근한 그림 에세이
지놔 지음 / 북카라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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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부터인가 책과 관련된 활동에 관심이 많아졌다.

책 편식을 고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했고 더 다양한 책을 만나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취업 카페의 '대외활동' 코너를 기웃거리는 건

혹시나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탓이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수시로 리뷰어스클럽에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아쉽게도 마음이 든 책이 신청 기간이 끝났을 때도 있었는데

<너에게 달콤한 휴식이 되어줄게>는 다행히 신청 기간이 넉넉했다.

별 기대 없이 신청했는데 서평단으로 선정이 됐다고 문자가 왔다.

기쁜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고 곧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요즘 에세이의 트렌드가 '위로'라 그런지 이 단어와는

묘하게 다른 느낌을 풍기는 '휴식'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직장인인지라 이 단어에 더 꽂혔던 거 같다.

게다가 워낙 X손인지라 그림하고는 거리가 먼 나로서는

화사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지놔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듯하다.

위 사진에서 인덱스로 표시해놓은 걸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림 하나하나가 소장 가치가 있었다. 사실 모든 그림이 감탄스러웠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지만 꼽고자 한다.



내 블로그 이름도 '가장 기분 좋은 시간, 새벽 2시'인데,

그만큼 나는 새벽이라는 시간을 좋아한다. 새벽만의 고요한 느낌이 좋다

(물론 취업 후 그 시간을 많이 즐기지 못하고 있지만ㅠ).


마치 여름에 에어컨을 아주 춥게 틀어놓고 담요를 두르는,

단짠단짠이 아닌 덥춥덥춥의 느낌 같았다.



흰색 배경의 그림이 이렇게 예쁠 수도 있구나. 마치 세일러문을 연상케하는

이 그림을 보고 바로 표시해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나도 스위치 '오프'가 되고 싶기도 했고. 꿈에서도 일하는 꿈을 꾸는 1인ㅠㅠ



차라리 추운 게 낫다. 미세먼지 보다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미세먼지도 

많이 나아지면(현실은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더 심해지겠지만) 

나도 저렇게 창을 활짝 열어두고 청소하고 싶다.


크으. 핑크색을 좋아해서 그런가 왼쪽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니 또 예쁜 케이크 그림이! 색깔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작가 같다.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지만 저런 그림들이 내 고등학교 시절을 보정해주는 듯(...)하다.

이번 겨울은 별로 눈이 내리지 않는 거 같다. 물론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짜증을 내겠지만

막상 안 내리니 왠지 모르게 섭섭하다. 미세먼지보다는 차라리 눈이 나은데...

연못을 저렇게 예쁘게 표현하다니!


이렇게 동양적인 그림 너무 좋다ㅠㅠ정확히는 '한국적인 느낌'.

나중에 아예 이런 콘셉트로 책을 내셔도 좋을 듯! 역덕후(혹은 궁덕후)를 위해

일러스트집 하나 내주세요!!

에세이를 읽고 싶지만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에세이는 별로 안 끌린다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놔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고 마음도 편해진다.

말그대로 '휴식'이라는 말이 걸맞는 그림 에세이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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