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정치이데올로기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정병준 씨가 쓴 <우남 이승만 연구>(역사비평사, 2005)를 읽고 난 이후 한동안 뜸했다가 다시금 흥미를 불러일으킨 책이다. 서중석 씨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여기저기에 발표했던 논문들을 모아서수록한 책인데, 책의 표제와 맞아떨어지는 논문들은 이승만과 그가 표방했던 '일민주의'에 대해서 천착한 앞의 세 개이다. 아무래도 이곳 저곳에 분산되어 1년 단위로 발표된 것들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찾아서 본다면 조금 어수선해질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은 발표된 학회지를 찾는 수고와 복사의 번잡스러움을 덜어주었다.

 분명한 것은 "국가이데올로기의 등장과 일민주의정당 모색",  "일민주의와 파시즘", "자유당 창당과 일민주의의 운명" 이 세 개의 논문은 문제의식과 주제가 일관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읽어버리는 편이 낫다는 점이다. "일민주의와 파시즘"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1950년대에 일민주의가 어떻게 표방되었는가에 대해서 천착은 이루어졌지만 파시즘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은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저자도 결론 부분에서 한계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분과학문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지라 앞으로 학제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 이상은 상당히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싶다. 박정희 시대와 관련해서는 나찌즘이라든지, 파시즘과의 비교 연구과 비교적 진척되어 있는 것과는 조금 대조적인 부분일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박정희 시대에 앞서 이미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은 앞으로 좀더 심화시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박정희는 분명 이승만이 통치하던 시기에 이미 군으로 복귀하여 생활하고 있었고, 그러한 와중에 이승만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서 영향을 받은 바도 없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승만과 박정희의 통치 스타일 간의 차이는 그네들이 태어나서 성장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보고 있기는 하다. 이승만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조선 왕조 말기에 왕족으로 태어났던 만큼 전제군주의 의식을 1948년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내내 표출했던 것이고, 박정희는 일본의 만주군 장교 경력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일본 군국주의의 정수를 체화하여 그것을 집권 후 발현했던 것(이는 10월 유신을 단행함으로써  절정을 이루게 된다)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둘의 지향점은 근대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를 확립해 나가는 것과는 꽤나 거리가 멀었다는 소리이다. 한 명은 전근대 시기의 전제왕권(솔직히 이게 강력하게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조선 연산군 시대에나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승만의 통치 스타일을 두고 한국형 마키아벨리라고 평가하는 것은 괜히 나온 소리는 분명  아니다.)을, 다른 한 명은 전 사회의 병영화를 통한 일사분란한 통제를 지향했으니 말이다. 한국적 민주주의를 표방한다고도 대외적으로 천명(?)하기도 했지만 이는 그 내용의 빈약함과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던 만큼 그네들이 민주주의라는 정체(政體)를 얼마나 천박하게 여겼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일 따름일 것이다. 그네들의 언술에서 강조되었던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그네들이 지닌 권력을 임의대로 행사할 수 있었던 "한국의 정치 풍토"를 드러내주는 "한국적"에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야당의 두 얼굴 - 민주당(1955~1961)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은 분량이 꽤나 방대하고, 책의 제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승만 시기 야당으로서의 민주당이 어떠한 성격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담겨있기 때문에 일독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1960년 4월 26일 이승만이 하야한 이후 허정 과도정권을 거쳐 성립하게 된 장면 정권은 민주당을 빼놓고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4.19 혁명 이후 성립된 제2공화국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한국민족운동사학회에서 펴낸 <장면과 제2공화국>(국학자료원, 2003)이란 연구성과물을 참고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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