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미디어 시대의 인문학 - 김성도 세계 지성과의 대화
김성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인터넷의 보급 및 확장에서 비롯되는 하이퍼미디어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대담의 글이 담겨있는 책이다. 하이퍼미디어 시대에 인문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접합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이들의 앞서가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담이나 이메일로 질문을 주고 받은 것이라 그리 글들이 길지는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대부분이지만(그레고리 울머 교수와 관련된 글은 상당히 난해한 편) 하나하나 관심을 갖고 파고들면 결코 쉽게 읽어넘길 성질의 것들만도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세상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담 같은 경우 맛보기 수준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짧다는 게 참으로 아쉽다. 아마도 그 이상의 사유와 성찰 그리고 비전을 얻기 위해서는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저자들의 원작을 직접 읽어야 할 듯.
인터넷 강국이라 일컬어지는 한국에서는 과연 이 정도로 하이퍼 미디어의 시대를 인문학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게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부러웠던 부분. 있는 것을 단지 쓰는 것에 국한시키지 않고 앞서 생각을 하면 그만큼 더 많은 것을 개척하고 얻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부족한 것은 이러한 부분이 아닐런지? 잘 만들어서 쓰는 기술과 숙련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면 인간을 위해서 잘 쓸 수 있는가를 인문학적으로 고민하는 것도 병행되어야 할진데 과연 한국의 현실은 어느 정도에나 와 있을런지 잘 모르겠다.

책 전체를 읽으면서 부족하다 싶었던 부분이 하나 있다. 앞으로의 시대가 하이퍼 미디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지라 그에 대해서 앞날을 예측하고 도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정보에 대한 빈부 격차가 전세계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을 책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는 없었던 거 같다. 앞서 나가면서 포스트휴먼과 같은 영역으로 넘어가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많은 이들과 편중되지 않게 공유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테마 중의 하나 아니던가? 이 책에 담긴 고민의 한계를 보면서 정보 사회에 있어서도 또 하나의 서구 중심적인 생각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중심부에서 주변부의 위치와 입장을 제대로 생각하는 건 그리 쉬운 일만은 결코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를 생각하는 건 좀 무리였을까? 놓치기 쉬운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