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일본의 조선침략과 대아시아주의 - 우익 낭인들의 활동과 사상을 중심으로 역비 동아시아연구 1
강창일 지음 / 역사비평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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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조선침략과 대아시아주의>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1890년대부터 1910년대 사이에 주된 활동을 전개한 일본의 우익 집단 대륙낭인과 관련되어 있다. 대륙낭인을 지나낭인과 조선낭인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조선과 관련되어 있는 조선낭인의 구성과 활동상이 어떠한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강창일 씨는 이 당시 활동한 낭인을 단순히 할 일이 없는 백수나 한량의 개념이 아니고 실제 활동한 인물들의 경력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들이 근대 일본 사회에서 나름대로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 집단임을 밝히고 있다. 지식인 집단이기는 하지만 근대 일본의 정치계에서 주류-사쓰마와 조슈번 출신-를 이루지 못했던 낭인들은 결국 그들의 활동공간을 일본 국내에 한정시키지 않고 조선과 중국 그리고 만주, 시베리아로 넓혔던 것이다. 일본 국내 환경의 협소함과 서세동점의 제국주의적 시대 환경이 결합하여 낭인들의 활동여건을 마련해 주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일본을 주축으로 한 아시아연대의 논리가 발전해 나간 것이기도 하고. 물론 이 아시아주의는 동아시아 3국 중에서 일본이 먼저 근대화의 기수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자부심의 발로일 수도 있는데, 이는 이후 일본이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중심으로 한 군부 세력의 독주-이와 관련해서는 신동준 씨의 <근대 일본론>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와 결합하여 주변국을 침략, 병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동아시아 3국의 연대를 토대로 백인종의 침략에 대항하자는 아시아주의가 일본 중심의 독단적 군국주의로 흘러가면서 주변국들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뜨렸다는 점은 굳이 새로 지적할 것도 없는 역사적 경험일 것이다. 서구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항한다는 기치 아래 동일 문화권에 속해 있는 동아시아 3국이 연대하여 대항을 한다는 발상 자체에 이미 군국주의가 대두할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두 세력 간의 이항대립은 그 대립의 명분만 다를 뿐 그 내용에 있어서는 성격이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서구 열강의 경우 그 대상을 아프리카, 아시아로 넓게 설정했던 것이고, 일본의 경우에는 그것이 동아시아라는 지리적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을 듯.

 책에는 천우협이 동학농민운동의 세력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음을 밝히고 있고, 천우협으로 활동했던 조선낭인들이 이후 러일전쟁과 관련해서 결성된 흑룡회에서도 활동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더불이 이 낭인 세력들이 친일 세력으로 악명이 높은 일진회-이용구, 송병준 등-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들의 배후에는 일본의 정계 거물들-야마가타 아리토모, 가쓰다 타로 등-이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활동이 일본 정치계와 일정 부분에 있어서 그 노선상 차이-결과적으로는 같은 성격의 것이기는 하지만 합병과 병합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도 이후 정치적으로 버림을 받았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여기엔 아마도 토사구팽이라는 표현이 적확할 것이다. 책에서는 그 과정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어 그 정황을 이해하기에 꽤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용구나 송병준 그리고 일진회 같은 경우 친일을 한 인물/단체라는 규정 이외에 실체적 활동이나 성격을 분석한 글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단 생각이 들었다. 이용구와 관련해서는 송건호 선생이 <한국현대인물사론>(한길사)에서 한국학계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빈약함을 지적하며 시론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기는 하다. 조항래 선생이 쓴 일진회와 관련된 연구글이 있기는 하나 아직 읽지는 않아서 논외로 할 수밖에 없을 듯.

 아무튼 조선침략과 관련되어 있는 일본 낭인들에 대한 분석과 그들의 활동에 대한 연구가 돋보이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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