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1930년대 조선에 불어닥친 금에 대한 열광을, 그 당시의 여러 매체에 실린 글들을 통해서 잘 그려내고 있어서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금본위제와 관련된 각종 용어들은 그냥 읽어서는 바로 이해되는 성질의 것들이 아닌데, 보조자료를 집어넣음으로써 보완하고 있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기는 해도 경제 개념(태환화폐, 금본위제 경제 등)과 관련해서는 원체 이해의 기반이 약한지라 술술 읽히지 않음은 내 개인적인 지적 능력의 문제이리라.

  아무튼 이 책에서 복원해 낸 1930년대의 모습 속에서는 오늘날로 치자면 부동산이라든지, 각종 복권(특히 로또)을 통해서 인생의 대박을 기대하는 "한탕주의"가 "금광"의 발견과 채굴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언제 그렇듯이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다보면 패가망신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내실이라고 할 수 있는 실체조차 불분명하기에 거품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는 점일 것이다. 이 당시 조선에서 채굴되어 조선은행을 통해서 거두어들인 금은 대부분이 일본으로 유출되고 정작 조선땅에 남아 있는 금이 없었다는 사실은 금에 대한 열풍이 얼마나 허망하고 내실이 없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1930년대라고 하더라도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설명하고 그려낼 수 있는 시대상과,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복원해낼 수 있는 상 사이에서 서술상의 차이점이 꽤 크다는 점을 개인적으로는 느꼈다. 근대와 관련해서 요근래 국문학 전공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소리이다. 아무튼 대중적으로 평이하게 글을 풀어쓰고 있는 돋보이는 저자의 다음 저서가 어떠한 주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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