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과 죄의식 - 대한민국 반공의 역사
강준만.김환표 지음 / 개마고원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4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내에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사람들을 규율하여 나갔고, 그 안에서 빨갱이로 낙인찍혀 개개인의 삶이라는 게 얼마나 산산히 부숴져버릴 수 있는가를 여러 인용문헌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기-강준만식 글쓰기가 책의 기본 골격이 되어 있다는 소리-를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본격적인 연구서는 아닌지라 무언가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최근의 연구 성과들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 단편을 맛보기로써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한 번 뇌리에 틀어박힌 반공에 대한 인식이라는 게 시대가 지난다고 해서 막연하게 흐릿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희미해져 가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틀 안에서 빨갱이로 낙인찍혀 국가폭력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선행되었는가, 그에 대해서 얼마만큼이나 반성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얼마 전 전교조 교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이 대표적인 예이다)인지라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더불어 1894년을 기점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라졌어야 마땅했을 연좌율의 악습이 1980년을 넘어서까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암묵적으로 자행되고 있었음은 과연 우리 사회가 정말로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발전해 온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헌법상 연좌죄의 적용이 금지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이라고 과연 그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운가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 말이다.

  책의 제목이 <희생양과 죄의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아닌 이들, 즉 빨갱이로 낙인찍힌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들을 배제하고 각종 폭력을 강요(낙인찍히는 순간부터 이들은 이미 하나의 인격을 가진 "사람"취급을 받지 못했다)하여 "빨갱이"임에 대해서 평생토록 "죄의식"을 갖고 살게끔 만든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상징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이는 또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네의 삶이 그만큼 "인권"에 대해서 취약하고 허술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 즉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서 배제하고 억압하고, 폭력을 가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어두운 과거에 대해서 모두가 "죄의식"을 가지고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가에 대해서 "의식"조차 못할 정도로 불감증을 가지고 있다면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이해를 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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