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현대침묵사 - 한국현대사 미스터리 추적
김환균 외 지음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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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해마다 기획되어 방송되는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많은 충격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PD들이 자신들이 기획하고 취재해서 엮어낸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글로 정리하여 출판을 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책의 제목과 부제만으로는 '현대사에 대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 흥미를 유발하는 교양서가 하나 더 나왔구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겨보면서 서문과 목차를 훑어보고 나서야 이 책이 MBC에서 그동안 방영했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글로 정리한 책임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전편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꽤나 즐겨본 입장으로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에 반가운 마음이 앞서 책을 붙잡고 부지런히 읽어내려갔다. 그동안 TV의 영상을 통해서 본 내용들도 많았기에 중첩되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영상에서 글로 정리가 되면서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한국 현대사의 많은 주제들에 대해서 좀더 찬찬히 생각해볼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글 중간중간에 구성과 진행을 담당했던 PD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가운데 느꼈던 어려움들도 글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데 확실히 한국현대사에 대해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현장조사를 하는 게 쉽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의 현대사를 논함에 있어서 관련 인물들의 사망이나 철저한 함구, 자료의 유실이나 훼손 등이 꽤나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만큼이라도 조사하고 정리하여 TV방송이라는 공공 영역을 통해서 드러내어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고, 무지나 무관심에 대해서 질타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물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자행된 수많은 국가폭력과 그로 인하여 침묵을 강요받은 많은 이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많은 의의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에 대하여 좀더 많은 조사와 연구 그리고 증언들이 나와서 성과가 깊이있게 축적되지 않으면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을 본 것에 불과하지 않을 것이다.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기조차 쉽지 않은 주제들을 어렵사리 끄집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만큼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해하고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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