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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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연속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몰입도 최고의 작품을 만났다.

<유랑의 달>

2년 전에 비슷한 몰입도로 빠져들고 결말 부분에선 펑펑 울며 읽었던 '츠지무라 미즈키'의 일본소설 <아침이 온다>와 작품 분위기가 얼핏 비슷해서 개인적으로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2020 일본서점대상 1위

사실 이 타이틀만으로도 몰입도와 가독성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서점관계인들이 뽑는 상인만큼 문학을 전공한 작가나 평론가가 문학성에 주안점을 두고 뽑는 작품에 비해 일반 대중 독자의 선호도가 깊이 반영되어 동시대를 관통하는 감성을 파고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책을 읽을 때는 가능한 한 스토리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차단하는 편이라 <유랑의 달> 제목을 처음 접할 때 어떤 내용일까 감이 오지 않았다.

단지 '유랑'의 의미처럼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책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목차만 볼 때 '페미니즘 소설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그걸로 한정하기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책 속엔 '로리콘 (롤리타 컴플렉스)'가 소재로 등장한다.

'소아성애자'를 지칭하는 말로 그 자체만으로 긴장과 위험이 도사리는 듯한 분위기로 내용이 전개된다.

다른집과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부분이 많은 부모에게 자라 자유로움을 맘껏 누리며 자라지만, 그 다름으로 인해 '지나치게 마이웨이로 살아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으로 구별되어지는 사라사

모범 가정에서 육아서적에 기재된 모범답안과 같은 방식으로 양육되어 정해진 규칙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후미

아홉살 나이에 부모와 갑자기 이별해 자유로운 삶을 더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된 사라사에게 닥친 난관엔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이 무너져 내렸고,

악인인듯 아닌 듯 묘하게 비밀스러워 신비롭기까지 열아홉살 후미에겐 점점 더 궁금증이 증폭되어갔다.

소설은 이 둘의 만남이 로리콘 소재로 점철되면서 극 초반부터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전개된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24세의 사라사와 34세의 후미는 다시 재회하게 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 사라사와 후미만이 알고 있는 진실 사이의 간극편견과 혐오로 가득 차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통할 수 없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의 연민멸시만 돌아올 뿐이다.

 

과연 사라사와 후미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 둘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관계로 쉽게 규정할 수 없다.

작품 말미의 사라사의 말이 그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다.

나와 후미의 관계를 표현할 적당한 말, 세상이 납득할 말은 없다.

거꾸로 같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산더미처럼 많다.

우리가 이상한 걸까.

그 판단은, 부디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 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미 거기 없으니.

<유랑의 달> p.356

그래서 사실과 진실 사이의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받고 외로운 그들은

더이상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갈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힘겹고 외로운 터널을 벗어나 이제 외롭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빛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을 밝혀주는 유랑의 달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해 다시 말하고 싶다.

어떠한 관계로 규정할 수 없지만

차별과 편견을 넘어

서로의 구원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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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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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가 모두 실린 전집이라니 아이들과 같이 오래도록 소장하며 읽을 수 있을것같아 기대감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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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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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리즘을 통과한 다양한 빛깔처럼 무수히 많은 사랑의 결 속에서

나의 반짝거림을 알아주고

내게 반짝거리는 빛으로 다가오는 존재를 만나는 것은

그 빛깔만큼이나 아름다운 일이다.

 

 

 

 

빛을 통과시키면 수많은 빛깔로 퍼져나가는 프리즘처럼

다양한 빛깔로 흩어지는 네 남녀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만났다.

 

사랑에 상처받아도 또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밝고 맑은 예진,

과거의 사랑에 대한 상처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힘든 도원,

어릴적 가정의 불화가 내재화돼 파탄난 전남편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이어가는 재인,

정서적 사랑의 결핍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호계

예진, 도원, 재인, 호계의 관계는 계절을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일터 근처 빈 건물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마주치는 횟수가 반복돼 호감을 갖게 되는 예진과 도원

호의와 예의를 바탕으로 베이커리 사장과 직원의 관계로 일하게 된 재인과 호계

 

마주치는 우연이 반복되며 점점 도원에게 호감을 갖고 이내 사랑하게 되는 예진에 비해 도원은 적당한 거리 이상으로 진입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오픈채팅방을 통해 예진과 호계가 만나게 되어 친구가 되고,

여전히 썸타는 관계에 머물러 있던 예진과 도원이 밴드공연을 갈때 호계와 재인이 합류하게 된다.

이 네 남녀의 만남을 계기로 그들의 관계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도원과 재인이 잊지 못할 깊고 진한 키스의 추억을 간직한 사이로 그날의 만남을 계기로 도원의 감정이 재인을 향해 깊게 뻗어나가고, 재인 또한 예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뒤늦게 다시 만난 도원에 대한 감정을 닫을 수 없다.

제대로된 사랑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에 도원을 재인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예진은 그 상실감을 호계에게 푸념하고, 사랑을 믿지 않던 호계는 예진과의 만남의 횟수가 거듭될 수록 예진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알아간다.

 

이들 모두 자기가 생각지도 못한 사랑의 방향에 당황하고 아프고 힘들다.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을 때 결말로 치달을수록 등장인물의 연애의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기는 마련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드라마적 해피엔딩을 바라던 마음이 해소되지 않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작가가 그려낸 네 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감정이 너무도 섬세해 그 결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공감하기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이라고 해야할까!

 

예진, 도원, 재인, 호계 네 남녀 모두 각자가 마주한 사랑의 시간을 통해 자신이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원하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사랑은 그렇게 타인을 통해 나를 볼 수 있게 하는 거울과도 같다.

과거도, 내면의 상처도, 경험도, 감정도 모두 다른 인간이기에 각자가 만들어가는 사랑의 결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그러니 작가가 서두에 건넨 말처럼

누구라도 사랑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이버독서까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양질의 독서 캠페인 선정 도서로 함께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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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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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처럼 여러 각도에서의 다채로운 사랑이야기일까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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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얼 부르지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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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가장 낯선 것에 대한 이야기

실패한 세계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선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그 세번째로 만나본 도서는 박솔뫼 작가의 <그럼 무얼 부르지>이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점들이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라면, 한 문장 안에 구어체와 문어체를 동시에 사용해 문장호흡이 긴 문체의 특징이다.

또 하나는 등장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는 서술방식으로, 집중하고 읽지 않으면 문맥의 흐름을 놓쳐 앞으로 되돌아가 읽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서사가 주가 되는 소설이라기 보다 상징과 은유가 많은 소설이라는 점도 큰 차이점이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술술 읽히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되짚어가며 읽어야 할 부분들도 많고, 곱씹어 생각을 해야할만큼 난해해 작품해설의 도움 없이는 작품의도를 헤아리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비록 가독성이 떨어지고 난해한 소설이었지만기엔, 주로 읽어오던 소설과는 이채로운 소설은 접해봤다라는 점은 문학을 하고자 하는 나에게 큰 수확이었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작품 중 배경이 되는 공간의 연결성으로 연작의 느낌을 주는 소설들이 있다.

'구름새 노래방'이라는 공간에서 노래부르기를 강요하는 내용인 <안해>와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살인자가 숨어들었다는 바닷가 '해만' 배경으로 한 <해만>과 <해만의 지도>가 그렇다.

그 외에 <차가운 혀>'바'라는 공간을 통해 '무위 무욕의 젊은이'와 '세상 모든 걸 누리고 많은 걸 소유한 사장'의 대비를 보여주고, <안나의 테이블> '극장'을 배경으로 서커스 단원과 단장, 그것을 지켜보는 관람자를 통해 무언가를 하도록 강요받고 강요하는 관계가 보여진다.

표제작 <그럼 무얼 부르지>는 5.18을 미체험한 세대가 외국과 국내에서 5.18사건을 접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럼 무얼 부르지>의 주인공은 광주 출생의 5.18을 겪지 않은 세대로 미국과 일본을 여행하던 중 우연찮게 5.18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모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으로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교과서에 기록됐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 그 얘기들은 멀고 낯선 이야기다.

거기서 듣는 5월의 이야기는 마치 아일랜드의 피의 일요일이라거나 칠레의 피노체트가 저지른 일과 억압받았던 그곳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명백하고 비교적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일처럼 들렸다.

<그럼 무얼 부르지> p.129

광주출생인 자신보다 더 5.18에 대해 더 심취해 역사적 의미를 찾는 외국의 지인 앞에서 주인공은 장막을 느낀다.

외국에서 듣는 5.18이야기는 외신에서도 집중보도할만큼 굵직한 자국의 역사적 사건임에도 무감하고 낯설게 다가올 뿐이다.

나는 그런 명확한 세계에 없었다. 마치 아주 복잡한 지도를 보고 있는 것처럼 거기는 어디지? 하고 들여다보아야만 했는데 그렇다고 무언가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들여다보는 사람이었으므로 당사자는 아니며 또한 명확한 세계의 시민도 아니었다. 내 앞에는 장막이 있고 나는 장막을 걷을 수 없으므로.

<그럼 무얼 부르지> p.145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내가 의식하지 못한 이야기를 낯선 곳에서 낯선 타인에게 전해듣게 될 때의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까이 있다고 해서 가장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잘 안다라는 것은 물리적인 피상적인 거리가 아닌 본질에 얼마나 가까이 가닿았는지에 대한 심리적 거리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다른 단편에 나오는 인물들은 세상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 겉도는 인물들이다.

아무런 계획과 성취의욕 없이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차가운 혀),

우연히 놀러갔던 노래방에 감금돼 열심히 노래부르기를 강요받다 도망치는 인물(안해,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사직을 하고 살인자가 숨어들었다는 섬에 들어가 한 시절을 보내는 인물(해만, 해만의 지도),

무엇이 되려고 애쓰고 애쓰는 것 자체를 비웃는 인물(안나의 테이블)

소설을 읽어나가며 이러한 인물과 마주할때 들었던 첫 느낌은 답답함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긍정의 가치로 여겨지는 열정, 의욕, 노력, 성실을 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작품 해설을 읽고나서야 이들이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낙오한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이 소설에서만큼은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세상의 셈법과 속도를 따라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등장인물들은 무위 무욕의 낙오자들일 뿐이고, 동시대의 낙오자들에게 그들은 동류의 패배자들일 뿐이다.

하지만 오랜 생각끝에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띠지에 기록된

'실패한 세계를 바라보는 눈, 보존되어야 할 문학의 자리'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여타의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실패한 세계를 조명했다.

짜임새있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기보다, 상징과 은유에 빗대 현실을 겉돌고 부유하는 인물들의 실패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빠른속도로, 열심히, 최상의 성과를 내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실패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추앙할때 작가는 실패한 이들을 조명했다.

실패한 세계를 바라보는건 불편한 일이다. 누구도 실패를 원치 않기에......

모두가 주목하지 않은 불편한 그 세계를 기꺼이 응시한 박솔뫼 작가의 시선을 통해

문학의 영역은 진정 폭넓고 벽이 없다라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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