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단편에 나오는
인물들은 세상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 겉도는
인물들이다.
아무런 계획과
성취의욕 없이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차가운 혀),
우연히 놀러갔던
노래방에 감금돼 열심히 노래부르기를 강요받다 도망치는 인물(안해,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사직을 하고
살인자가 숨어들었다는 섬에 들어가 한 시절을 보내는 인물(해만, 해만의
지도),
무엇이 되려고
애쓰고 애쓰는 것 자체를 비웃는 인물(안나의 테이블)
소설을 읽어나가며
이러한 인물과 마주할때 들었던 첫 느낌은 답답함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긍정의
가치로 여겨지는 열정, 의욕, 노력, 성실을 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작품 해설을 읽고나서야
이들이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낙오한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이 소설에서만큼은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세상의 셈법과 속도를
따라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등장인물들은 무위 무욕의 낙오자들일 뿐이고, 동시대의 낙오자들에게 그들은 동류의 패배자들일 뿐이다.
하지만 오랜 생각끝에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띠지에 기록된
'실패한 세계를 바라보는 눈, 보존되어야 할 문학의 자리'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여타의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실패한 세계를 조명했다.
짜임새있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기보다, 상징과 은유에 빗대 현실을 겉돌고 부유하는 인물들의 실패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빠른속도로, 열심히,
최상의 성과를 내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실패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추앙할때 작가는 실패한 이들을 조명했다.
실패한 세계를
바라보는건 불편한 일이다. 누구도 실패를 원치 않기에......
모두가 주목하지 않은
불편한 그 세계를 기꺼이 응시한 박솔뫼 작가의 시선을 통해
문학의 영역은 진정 폭넓고 벽이 없다라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