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랑에 대한 상처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힘든 도원,
어릴적 가정의 불화가 내재화돼 파탄난 전남편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이어가는 재인,
정서적 사랑의 결핍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호계
예진, 도원, 재인, 호계의 관계는 계절을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일터 근처 빈 건물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마주치는 횟수가 반복돼 호감을 갖게 되는 예진과 도원
호의와 예의를 바탕으로 베이커리 사장과 직원의 관계로 일하게 된 재인과 호계
마주치는 우연이 반복되며 점점 도원에게 호감을 갖고 이내 사랑하게 되는 예진에 비해 도원은 적당한 거리 이상으로 진입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오픈채팅방을 통해 예진과 호계가 만나게 되어 친구가 되고,
여전히 썸타는 관계에 머물러 있던 예진과 도원이 밴드공연을 갈때 호계와 재인이 합류하게 된다.
이 네 남녀의 만남을 계기로 그들의 관계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도원과 재인이 잊지 못할 깊고 진한 키스의 추억을 간직한 사이로 그날의 만남을 계기로 도원의 감정이 재인을 향해 깊게 뻗어나가고, 재인 또한 예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뒤늦게 다시 만난 도원에 대한 감정을 닫을 수 없다.
제대로된 사랑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에 도원을 재인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예진은 그 상실감을 호계에게 푸념하고, 사랑을 믿지 않던 호계는 예진과의 만남의 횟수가 거듭될 수록 예진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알아간다.
이들 모두 자기가 생각지도 못한 사랑의 방향에 당황하고 아프고 힘들다.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을 때 결말로 치달을수록 등장인물의 연애의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기는 마련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드라마적 해피엔딩을 바라던 마음이 해소되지 않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작가가 그려낸 네 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감정이 너무도 섬세해 그 결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공감하기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이라고 해야할까!
예진, 도원, 재인, 호계 네 남녀 모두 각자가 마주한 사랑의 시간을 통해 자신이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원하는지 자각하게 되었다.